우선 소설이라는 것이 스토리만으로 승부한다고 해도 허삼관 매혈기는 전혀 뒤질 것이 없는 작품이다. 허삼관이라는 사내의 피를 파는 이야기라고 제목에 나와 있듯이, 이 책은 허삼관이라는 한 중국인이 피를 팔아 삶의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왜 허삼관은 다른 많은 일자리가 있음에도 피를 팔아야만 했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는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목숨과도 같은 것이며 조상과도 같은 것인데 말이다. 허삼관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한다. 장가를 가게 될 때, 아들들이 아프거나 멀리 떠날 때 말이다. 사실 허삼관 매혈기는 그리 밝고 경쾌하지 않으며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어떤 독자건 한 번은 웃게 될 것이다. 삶이 몹시도 고단해서 지치고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을 위화는 결코 그것만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 삶을 버틸 수 있는가를 위화는 서사구조에서 밝혀내고 있는 것이다. 허삼관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양심적인 평민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세상은 또 살만한 것이라고... 나는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