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눈
장석남 / 솔출판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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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시는 우리가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것, 듣지 못하는 것에 기울어져 있다. 아주 작고 여린 것들을 그는 결코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이와 같은 여린 것들을 대하는 그의 언어 역시 조심스럽다.

시집을 처음 열면 보이는 시, 「봉숭아를 심고」에서 그는 봉숭아를 심고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린'다. 또한 그의 귀에는 '담 모퉁이 돌아가며 바람들 내쫓는/ 가랑잎 소리'가 들린다. 시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겠지만, 장석남은 그 중에서도 작은 것들이 사라지고 난 후를 본다. 코스모스를 통해서 그는 '이제 더 오래 못 서 있을 빛'을 보는 것이다.
또한 그 빛이 완전히 사라져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곳을 떠돌고 흐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가볼 만한 곳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 아닌, '목련 꽃잎 속의, 벅찬 기쁨이랄까 허무랄까 하는 그 곳'이며 '그 희디흰 생의 부끄러움이랄까 아쉬움이랄까 하는 그곳'이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식물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얼핏 보이는 것들을 장석남은 시에서 오래도록 살아있게 만들고 있으며. 날아갔으나 아직 그의 눈에는 남아있는 여린 것들의 작은 숨결과 함께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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