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체크
게오르그 뷔히너 지음, 최병준 옮김 / 예니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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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은 살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묻고 있는 희곡이다. 한 남자가 살인을 했을 때, 그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지만 그를 둘러싸며 원을 그린 사회가 원을 조금씩 좁히며 숨 막히게 함을, 그를 살인자로 양성해나감이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려진다. 보이첵의 가난-너무 가난해서 의사의 실험 대상이 되어 완두콩만 먹어야 하는-과 더불어 그의 아내 마리가 죄악에 빠진 것도 돈 때문임이 마리가 악대장에게 받은 귀걸이를 팔 생각을 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이는 보이첵이 살인을 한 뒤 주점에서 하는 대사 “내가 누굴 죽인 것 같아? 내가 살인자야? 무엇을 쳐다보고 있지? 너희 자신들을 돌아봐라”를 통해 잘 드러난다.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물질적 부가 한 인간의 인간성(도덕의 영역인 영혼에 대해서까지)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는 이 부조리한 사회에 적응한 채 아무렇지 않게 잘 먹고 잘 살며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덕에 대해 설교하는(중대장의 대사에서 볼 수 있듯) 것은 얼마나 이중적이며 모순적인가. 누구나 조금만 예민한 인간-예민해지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았으니 어리석은 지도 모르지만-은 이 세계의 비극성을 깨달을 수밖에 없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회에서 터무니없이 예민한 인간은 종종 정신이상으로 분류되며 실제 보이첵 역시 정신이상적 징후를 보인다.

또한 이 희곡은 종교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인간이 진화의 산물일지도 모름을, 종교의 거짓된 속성(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면 왜 이다지도 모순되었다는 말인가, 왜 신은 가난한 인간을 거들떠 보지 않고 그대로 두는가-중대장과의 대화-, 이건 너무 하잖아! 라는 방식으로) 까발리고 있기도 하다.

희곡 마지막 부분에서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는 가장 순수한 동화의 세계에서조차 실현할 수 있는 희망이 없는 비극적 세계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세계에 희망이라 불리는 것들이 눈속임임을, 한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혼자 엉엉 우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영원한 고독과 갈 데라곤 그 어디도 없는, 구원 없음임을 역설한다.


옛날 옛적 옛적에 엄마도 아빠도 없는 아주 불쌍한 어린 아이가 있었더란다. 세상에 만물이 다 죽고, 하나도 살아있는게 없었지. 만물이 다 죽었어. 해서 어린애는 밤낮으로 울며 다녔더란다. 세상엔 아무것도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어. 그애는 하늘나라엘 올라가려고 했지. 달님이 아주 귀엽게 비춰주고 있었으니까. 드디어 달님한테로 가서 보니 달은 한쪽에 말라 썩은 나무였더란다. 그래 다음엔 해님에게로 갔데. 그런데 그건 아주 시들은 해바라기였다나. 이번엔 별님에게 갔지 뭐야. 그랬더니 그건 때까치가 들벗나무에 나뭇가지를 찍어다 놓은 것 같은 작은 황금파리들이었더란다. 그래서 다시 땅으로 내려오려고 하니 거긴 아주 뜨거운 용광로가 되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서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는데 지금 까지도 혼자서 엉엉 울고 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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