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다시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 생각해본다. 『봄날』을 읽으며 흥분했던 게 3~4년 전이니 세월 속으로 묻혀가는 것은 무섭다.

강풀의 『26년』이 문학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광주민주화항쟁을 대중에게 알린 <화려한 휴가>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정치적이다. 아무리 자신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해도 정치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순간 그는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누구나 위험한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 결단을 자신의 작업으로 옮길 수 있는 강풀의 의식을 존경한다. 적어도 <화려한 휴가>보다는 더 위험하고 그래서 더 나은 작품이다.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다음 카페에는 여전히 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가입해있다. 글이 비공개라서 볼 수는 없었지만 국가를 위해 애쓰시는 전두환 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가 국가의 무엇을 위해 애썼다는 거지? 한강시민공원을 만든 거? 좀 더 공부해야겠다. 그가 대체 국가의 무엇을 위해 애썼기에 만 명이 넘는 사람이 거기 모여드는지 공부해야겠다. 요즘 우파와 좌파에 대해 생각해보긴 하는데, 아직 헷갈린다. 우파가 원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우파 같은 1% 집단이기주의 뉴라이트 말고 진짜 우파가 원하는 것에 대해.

역사는 2008년을 기억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게 될지 아닐지 아직 잘 알 수 없다. 역사는 스스로 쓰는 것이므로 장담할 수 없다. 지금 마치 대한민국의 서울은 눈 뜬 자들의 도시가 된 것처럼 정치에 대해 모든 이들이 눈을 떴다. 권력자들의 거짓과 망발, 아전인수격 논리에 대해 눈치챘다. 한 시간만 웹을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부정부패를 들추어내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최선을 다해 자본주의적으로 동조하지 말 것을 결사한다. 이 불안한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너무 깊이 우려하지 말자. 사람들은 지금 최대한 현명하며 앞으로도 현명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너무 기쁘다.

집회에 나가며 광주민주화항쟁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왜 그들이 나오는지. 거대한 역사적 소명 의식에서가 아니라 정의에 대한 열망이거나 이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자그마한 정신이 역사적 소명 의식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 나보다 조그마한 소녀가 나와 당당하게 맨 앞자리에 서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얻는 깨달음 때문이라는 것. 역사가 기억 못 해도 집회에 나왔던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극적으로 꾸미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작품이지만, 그래서 흥미진진할 지언정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한 인물의 복잡한 생애를 단순하게 압축해버렸지만, 그렇다 하여도 강풀은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었던 거다. 29만원밖에 없다는 그에게(차마 인간이라 하고 싶지 않다), 들이밀고 싶었던 거다.

그때 봄날을 읽었는지 5.18 관련 희곡을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전두환이라는 존재 때문에 흥분해있는 내게, 5.18 때문에 흥분해 있는 내게
선생님이 그렇다면 너는 그들과 다를 게 뭐냐고, 결국 복수하고 역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생명을 없애는 거 아니냐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이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전두환을 죽여야 하는지 그가 우리 역사와 정의를 증언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롭지 않아도 폭압으로 다른 생멱을 억압해도 괜찮다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지 말자, 그래야 기어서라도 나아간다. 나아가다 보면 기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어느 날 언젠가 날아갈 날도 올지 모른다. 인간은 희망으로 살고 신념으로 산다.



-임철우의 <<봄날>> 추천!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윤리 선생님의 6분 정도 되는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강의이다. 이런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52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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