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나이 (구) 문지 스펙트럼 20
E.T.A. 호프만 지음, 김현성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이트의 논문 「Unheimliche'」(우리 나라에 ‘섬뜩함’ 혹은 ‘두려운 낯설음’으로 번역됨)를 통해 알게 된 소설이다. 「모래 사나이」 외에도 「적막한 집」과 「장자 상속」이라는 두 편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다. 낭만주의와 공포의 결합(낭만주의의 연약하고 인간의 불확실함에 대한 편애가 불러들일 수 있는 요소)이라 할 수 있지만 21세기에 19세기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그가 차용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상태는 여타의 예술 작품에서 훨씬 더 충격적이고 생생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상과 실제 사이, 죽음과 생(生) 사이, 무생물과 생물 사이에 놓인 간극에 대해 호프만의 이 작품집이 탐구하고 있음은 명확하다. 거울, 눈동자, 자동 인형, 유년의 공포 같은 소재가 자주 차용되는데 19세기에 이미 호프만은 우리에게 어떤 것들이 공포를 줄 수 있는지 관습이 아니라 직관과 경험(?)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적막한 집」에서 거울은 화자가 미친 여자를 보게 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데 이 거울에 대해 화자가 한 이야기는 분신의 개념과 들어맞는다.

‘그러다 문득 그 형상이 거울의 안개에 둘러싸여 가려진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다가 그 괴로운 상태는 결국 완전한 무감각 상태가 되어 끝나고 늘 가슴속 깊이 사무치는 허탈감을 남겼지.’

내 안에 숨겨진 광기 어린 타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과연 어디부터 인간이고 어디부터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일까. 경계가 있기는 한 것일까. 그 경계는 어디인가. 이에 대한 탐구라는 측면에서 호프만의 소설은 의미있다. 허나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