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굴복이나 패배를 당했다는 것을 직시하고있는 한,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저항을 만들어내는 기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요당한 굴복을 합리화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진정한 패배가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패배의식이란 패배를 외면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계속 패배하고 있는한 승부는 끝나지 않는다. 승부는 패배를 그만둔 순간에 끝난다.
자신의 패배나 굴복을 직시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특히 그것이 먹고사는 문제처럼 일상적인 것일수록그 불편함은 커진다. 갈릴레이나 친일파에 대한 이해심도 이런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갔을 때 우리는 불편함과더불어 저항의 가능성도 잃어버리게 된다. - P112

우리가 주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뿐이다. - P114

주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법 바깥에서 스스로 법을 만드는것을 의미한다. 당장에는 불법행위로 보이는 것이 새로운 법을 탄생시키는 것이며, 정치라고 불리는 행위는 바로 이런 것이다. - P115

자신의 행동이 자신의 판단에 따른 어떤 정치적 행위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책임의식은 생겨난다.
법대로 하자는 말이 대화의 종결을 선언하는 것과 달리,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정치는 긴장된 대화의 시작을 알린다. 민주주의는 여기서 시작된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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