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는 어질지 않으며만물을 추구(짚으로 만든 개)와 같이 여긴다." 인간이 지구의 균형을흔들어 댄다면 짓밟히고 팽개쳐질 것이다.  - P56

철학은 인류에 대한 종교적 이미지에 진보와 계몽이라는 휴머니즘의 가면을 씌워 그 이미지를 계속 재생하는 가장무도회 노릇을 해왔다. 가면 까발리기를 가장 잘 하는 철학자조차 결국에는 가면 쓴 사람이 되었다. 가면을 벗겨서 우리의 동물적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거의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동물들은 태어나 짝을 찾고 음식을 구하다 죽는다. 그게 다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다르(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는 인격체person며, 우리의 행동은 스스로 내린 선택의 결과(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다른 동물은 자신의 삶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지만 우리는 의식적conscious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우리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이러한 이미지는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의식consciousness과 자아selfhood와 자유의지freewill며, 이것들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모든 생명체보다 우월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라는 뿌리 깊은 믿음에서 나온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우리는 이러한 견해가 오류임을 인정하게 된다. 우리 삶은 의식적인 자아의 활동이라기보다는 분절적인 꿈의 조각들 같아 보인다. - P59

신경이 쓰이는 중요한 문제들 중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삶에서 가장 중차대한 의사 결정 중많은 부분이 우리가 의식할 새도 없이 내려진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인류는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는 자기 존재를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는 신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 대신 인류에 대한 비이성적 믿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가진 신념이다. 그런데 기독교와 휴머니즘의 공허한 신념을 버리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신, 불멸, 진보, 휴머니티를 읊어대는 이 배경 음악을 꺼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삶을 이해하고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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