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여의 성품을 써서 지혜로써 관조하여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나니

돈황본 육조단경 - 성철스님의
성철 지음 / 장경각 / 2015년 3월

좋은 말씀이다. 책을 산 것은 2008년인가…

그 당시 가장 좋은 본이라고 해서 샀던 것 같다. 거의 끝까지 읽었으나 완전히 다 읽지는 못하고 여기저기 체크를 해둔 채로 그만 읽었더랬다. 호방유랑단이라는 독서모임을 하며 그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자고 제안했다. 예전에 페이스북에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장의 말씀 '이 법을 깨친 이는 곧 무념이라、기억도 없고 집착도 없으며 망념도 없어서 광망을 일으키지 않고 자기의 진여의 성품을 써서 지혜로써 관조하여 모든 법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나니、이것이 곧 성품을 보아 부처님 도를 이루는 것이니라'을 보아서다. 사진을 찍어 올린 날은 '광망'을 일으킨 날이었던가.

밑줄 긋기를 가장 많이 한 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나 같이 옳은 말씀이기에. 사람의 성품은 본래 청정한데 망념이 있어 진여를 덮고 있으나 망념이 없어지면 본래 성품은 깨끗하다는 말씀부터 모든 경계 위에 물들지 않아, 경계 위에 마음이 나지 않는다는 무념까지 모두 좋은 말씀이나 나는 여전히 경계 위에 마음이 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서 '그래, 그것은 망념이지' 라고 하며 '망념아 사라져라' 하고 있기는 하다.

언젠가 감도 없고 머물음도 없고 옴도 없이 가지도 오지도 물들지도 않을 수 있을까. 경계에 부딪혀도 어지러워지지 않으며 일체를 공경하며 미혹한 집착을 멀리 여의고 나의 성품에 귀의하여 모든 사람과 사람 아닌 것과 악함과 착함과 악한 법과 착한 법을 보되、모두 다 버리지도 않고 그에 물들지도 아니하여 마치 허공과 같으므로 크다고 하는 마하에 달할 수 있을까. 경계를 떠나 물이 끊이지 않고 항상 흐르는 바라밀 말이다.

좋은 시와도 비슷한, 세상을 다 벗겨내고 바라보게 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육조단경에서는 수행하여 깨치는 것이 아니라 단박에 깨친다는데, 그날이 언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