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포장해봐도 우리 심장 속에 박힌 것은 고독과 사랑 사이의 절박함이지 않을까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세 번째 읽는 소설.

아무리 포장해봐도 우리 심장 속에 박힌 것은 고독과 사랑 사이의 절박함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바나나 농장 노무자들의 죽음을 읽고 울었을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가 낳은 자손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그 사이 변화해가는 마콘도라는 한 세계의 변화 속에 라틴아메리카의 변화와 세계사의 변화를 담아냈다.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로 대표되는 호전적인 인간형과 내성적인 인간형(지금 시대로 말하자면 MBTI의 E와 I라고 해야 할까)이 지속적으로 나오며 변주되는 가운데 그들의 딸들인 아마란타, 레베카, 사창가의 여자 필라르 테르네라, 외부 여인 페르난다 등이 얽히며 4대 혹은 5대에 걸친 사랑은 돼지꼬리를 낳는 근친상간으로 끝맺는다. 개미들이 모두 갉아먹으리라는 이 운명은 미리 예견된 것처럼 멜뀌아데스가 써놓은 그들 가문의 책을 모두 풀이한 순간 기억은 사라지리라 한다.

환상적 리얼리즘이라는 것을 내게 알려준 책이기도 하다. 20대에 사서 읽었고 그때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데 놀랐으며 절대 시로 쓸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이야기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거의 인간의 역사에 가까운,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언젠가 마술적 리얼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 소설을 떠올렸다. 정확한 내용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내가 어릴 때 품었던 꿈을 아직도 품은 건가 그런 눈으로 바라봤던 것도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한국식으로 써보고 싶었다. 여전히 품고 있는 꿈이기도 하다. 세계가 이성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므로, 그 사이를 조금 과장한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년이면 실은 1922년부터 2022년까지의 시간이고 그간의 우리나라의 변화는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이야기만큼 거대하고 장황하며 극적이리니.

남성성이 걸렸다. 그래서 이사벨 아옌데가 환상적 리얼리즘의 다른 한 축으로 생각이 났다. 툭하면 섹스하고 사창가에서 위안하는 것이 예사로운 데 대한, 특히 마지막 부분에 아우렐리아노마저 그곳에서 성장하는 것을 보며, 이런 남성적인 시선의 다른 한 편에 이사벨 아옌데가 있었나, 물론 이야기는 잊었지만 읽으며 이런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아 생각이 났다.

하지만 고독과 사랑 사이의 절박함은 성을 떠나서 존재가 겪는 가장 처절하고 위급한 문제라 것을 이다지도 많은 이들을 등장시키며 일관되게 드러냈다는 면에서 확실히 위대한 소설이다. 어쩌면 단 한 권의 소설을 읽어야 한다면, 이 소설을 읽으라고 얘기하고 싶을 만큼. '자기 앞의 생'을 비롯해 내가 좋아한 대부분의 소설은 모두 고독과 사랑 사이의 존재론적 문제 속에 놓여져있는 듯 하다. 혼자도 함께도 되지 못하는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