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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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필요한 즈음이었다. 책이 출간된 것은 페이스북에서 팔로워하고 있는 분의 소개 덕분이었으나, 작가라면 언제라도 읽을 용의가 있으므로. 그리고 소개글은 예전에 내가 작가의 책을 읽고 써놓은 서평의 같기도 했다. 책은 공감되고 아름다우며 글이란 내게 그런 설렘을 주지만 현실은 그보다는 어렵다는, 매일 직장에 가서 일정량의 그다지 재미없고 적성에 맞다 수도 없는 일을 하고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며 거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는 점점 잃어버려가는   같은데 내가 잃어버리는 뭐냐고 그게 현실과 무슨 상관이 있냐 물으면 제대로 답할 수도 없는 지경인 그런 상태를 개탄하며 서평에 대한 같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책을 미뤄두고 펴든 책이다.

 

여전히 나는 같은 데서 허덕이고 있었기에, 내게 책은 용기를 내라고 했다.

그런 말은 많이 듣고 잘도 까먹는데

예를 들면 예전에 친구가 말인데, 어느 동화에서 나온다 했었다. 용기를 가지고 친절하게, 아니면 기적이 이뤄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데렐라에 나오는 대사 같은, 말을 들을 때는 힘이 불끈 솟았는데 금세 까먹고 마음을 다시 일깨워준다. 좀더 상세하게, 직관을 넘어서 여러 예시를 들어가며.

, 용기를 내서 친절하게!!!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책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내일 죽을 수도 있다. 그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혹은 그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해본다.

 

읽을 책이 엄청 많아졌는데, 좋다.

 


한때 사랑했고 마음을 두었던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걸까? 그만큼 반갑고 힘 나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시선들‘이다. 모든 글이 아름답지만 제목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자신만의 경험, 어려움, 관심사, 슬픔, 기쁨을 통과하는 우리의 문제 많은 삶, 우리를 애태우는 삶, 지쳐빠지게 하는 삶, 그 삶을 꿋꿋하게 살다보면 어느날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해답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시선‘이란 생각이 든다. 현실을 직시하되 다른 결론에 이르는 시선.
- P208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것은 고독한 셀프테라피가 아니라 사랑으로 서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 시선으로 세상을 보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제아무리 낡은 세상이어도 그 오래된 세상에 새로운 관계와 시간과 공간은 무한히 싱싱하게 탄생하고 있었다.
- P214

모순된 감정덩어리에 불과한 우리들이, 모호함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들이 자기 목소리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즉 어떤 정체성을 갖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나는 대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책만큼 답이 분명하기도 힘들 거 같다. 이 책들의 말미에 가장 중요하는 등장하는 문장은 ‘(삶에) 형태를 부여하다‘이다. 내가 내 삶과 이야기에 형태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이다.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네가 필요하다, 네가 내 이야기에 끼어들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너‘의 이야기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 P217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여기는데, 우리의 힘은 다른 곳에, 충직함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힘은 우리 친구들 안에도 있으며, 친구들이 사라지면 우리의 힘도 일부 사라진다는 얘기입니다.‘
- P221

나는 그 답을 사랑과 우정 안에서 찾았다. 내게 사랑에 관한 최고의 정의는 ‘서로 시간을 합치는 것‘이다. 둘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산산이 흩어졌을 시간을 합치고 합쳐서 우리가 만나지 못했더라면 시도하지 못했을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면, 그 관계 안에서 각자가 더 분발할 수 있다면, 각자가 세월이 흐를수록(옛날이 좋았어,가 아니라) 더욱 새로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후회 없이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일 때 최고일 수 있었다."
"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내가 아닐 거야."
이런 순간 사랑과 우정은 가장 진실한 존재방식이다.
- P224

사랑과 우정에 다른 목적은 없다. 서로 친밀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서로 친밀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는.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생각난다. ‘비록 덧없을지라도 그녀 안의 무엇인가가가 웃는 소리를 듣길 원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탈리라는 이름을 지켜주고 싶었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동시대에 태어나야만 하고 만나야만 한다.
- P225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중요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확장이다. - P232

"사람은 정말 변할 수 있을까?"
"응, 믿어. 단 조건이 있어. 애써 피했던 질문을 다시 만나기로 마음먹으면……."
- P235

이런 질문은 우리가 한번이라도 딱 맞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세상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 P239

욕망은 전혀 관용이 없다. - P242

덧없는 우리에게 구원의 능력이 있다. 덧없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혼자 견디게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다. 덧없는 우리가 도시의 삭막한 골목마다 꽃을 심는 손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덧없는 우리가 타인의 희망일 수 있다. 우리의 외롭고 폐쇄적이고 부서진 마음을 사랑과 꿈이 얼마든지 합쳐놓을 수 있다.
- P246

영혼은 변함없이 혼란이고 모순이고 경멸할 만한 것이지만 매우 심오한 것일 수 있다. 소설에서 그는 진실한 말은 어디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 진실한 말은 이렇게 주어진다. ‘우리는 풍요로움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괴로움과 부족함으로 글을 쓴다.‘ 우리의 말도, 목소리도 그렇게 다가오고 주어진다.
- P249

우리에게는 견디는 사랑, 버티는 사랑, 관대한 사랑, 퍼주는 사랑, 파격적인 사랑, 셈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랑, 초연한 사랑이 필요하다. 보르헤스의 말대로 우리 각자는 고통을 느끼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우리 각자는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 P250

고통은 분명히 전에는 못 보던 것을 보게 해준다. 고통과 슬픔도 미덕이 있어서 사랑할 대상을 알려주고 맥베스의 교훈을 빌리자면 진짜 욕망을 깨닫게 한다. 나르시시즘으로 가득한 정체성을 분쇄할 기회를 준다. 천국은 지난날의 정체성이 지난날의 문제가 된 곳, 당신이 누구였는지가 더 이상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닌 곳이라면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해내야 할 일이 있다. 문제의 해결은 오로지 변화 속에만 있고 자신을 극복해야만 변화할 수 있다.
- P256

‘인간의 삶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딱 한번 죽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인간이 두 번 죽을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더 진지하고 진실해질까 상상을 해봅니다. 가령 한번 죽고 두번째 삶을 살아가는 인생을 한번 상상해봅시다. 우리의 삶을 에워싼 그 많은 부질없는 것들을 걷어내버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을 진실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은 것입니다. 남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이죠." -자코메티
- P263

우리의 숙명은 죽음처럼 의심할 여지기 없는데, 여전히 의심스럽고 확실한데 그것이 언제일지 확실치 않은 것과 함께 사는 것이다. 언제일지 알 수 없으므로 매일 생각할 필요도 없고 적절히 잊고 산다. 그런 우리가 정색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과연 잘 산 걸까?;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해지는 또다른 세계가 우리와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삶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사실상 우리는 매일 죽어가고 있다. 매일 죽어가고 매일 태어나고 있다. 자코메티야말로 죽음이야말로 우리가 진실하게 살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매일 탄생의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태어나고 있으므로 매일매일을 어제보다 더 특별하고 흥미로운 날이라고 생각했다. 알퐁스 도데는 스스로 수십통의 자기 부고를 작성하면서 삶과 죽음을 묵상했다.
- P276

에이드리언에게,
오늘밤 난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요
친구에게 전화를 하듯이
혼령에게 전화를 하듯이 말이죠
당신이 여생 동안 무얼 하려는지 물어보려고요
가끔 당신은 마치 남은 시간을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죠. 당신이 그럴 때 난 걱정이 돼요.
(…)
난 당신이 마음속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난 당신이 남은 인생에 대해
어떤 생각이라도 하기를 바랍니다.
자매애로,

에이드리언이

- <모순들, 그 흔적을 따라> 중에서
- P278

사람들은 왜 자연으로 눈길을 돌리는 걸까. 알래스카 들판을 걷는 그리즐리 한마리에서,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지저귀는 박새에서 우리는 왜 눈길을 떼지 못할까. 아마도 우리는 그 곰이나 작은 새의 생명을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의 생명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연에 대한 관심이 다다르게 되는 종착점은 자기 생명, 살아 있다는 것의 신비일 터이기 때문이다.
- P284

우리가 무엇인가 된다는 것은 다시 올 수 없는 시간 속에서다. 신비는 이렇게 현실 속에,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속에, 잊을 수 없는 미지의 깃 속에, 잊을 수 없는 얼굴 속에, 다시 못 올 시간 속에 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져 사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바라보고 싶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을 느끼고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소중히 사랑하고 싶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우리는 숨쉬는 조건을 조금 더 밀고 나가보는 것, 그것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가 아닐까?‘라고 에이드리언 리치는 읊었다. 덧없는 삶을 기적이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은 필요없다. 믿고 사랑하라. 상대방의 호흡을 느껴라, 라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말했다. 이런 감정들만이 찰나를 넘어 영원할 것 같다. 호시노 미찌오 책의 제목이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인 이유를 조금은 알겠다.
우리의 시간 속에, 영원의 흔적이 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여행 중이다.
- P285

우리는 질문을 구하고 대답에 따라 살려 하지만 릴케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을 기다리되 질문에 따라 살라고 했다.
- P290

우리의 향수는 지나간 날들에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지금 미소를, 아름다움을 서서히 삶을 잃어버리는 중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리는 것이 있으므로 얻는 것도 필요하다. 긍정할 것이 필요하다. 긍정할 것이 많지 않은 사회에서 무엇을 긍정하느냐는 한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태도이다.
- P298

괴테가 말했듯 인생은 시처럼 끝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더라도 결코 우리에게도 하나의 인생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일을, 다시 한번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일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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