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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김금희 에세이다. 2020년 4월에 사 회사 다니며, 버스에서 읽었던 것 같다.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따뜻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동안 두었다가, 다시 다 읽은 것은 2020년 12월이던가. 이웃이 따뜻한 산문집을 읽고 싶다 해, 김금희 산문집을 짱이라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못 찾아, 다른 사람을 줬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책장을 보니 버젓이 꽂혀 있었다. 다 읽지 못한 채. 2020년 겨울 김금희 산문집을 다 읽었다. 입장이 바뀌었고, 꿈꾸던 대로 삶은 조금 따뜻해졌지만, 다시 쪼들리게 되었고, 예술가와 예술가 아닌 사이, 구직자인가 예술가인가 사이에서 김금희의 따뜻함에 위로를 받는다. 이런 따뜻함이 없었다면 버리기 어려웠을 차가운 경제생활을 두고 와, 다시 어떤 과정을 시작하는 중, 조곤조곤한 차분한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 곤조가 아니라 조곤조곤인.
20210130
예술에의 추동이 이는 내면은 과연 영화 속 디킨슨의 것처럼 상처와 분노, 슬픔, 사랑에의 갈구와 윤리적 갈등, 죽음의 공포, 구원에 대한 갈망, 절대자에 대한 회의와 예술적 염결주의 등으로 들끓는다. 그래서 때로 예술가는 자신이 완성했다는 세계에서 환희하고 확신하면서도 비슷한 강도로 그것에 헌신하는 자신의 삶을 모멸하고 부정하고 싫어한다. 왜냐면 지금 그 예술가가 보고 있는 세계란 사실 ‘완성’이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마치 공기처럼 한없이 경계가 넓어져 그것을 채울 수 없음에도 매번 좌절하게 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 P177
나는 그렇게 말이 사라진 자리에 놓인 것이 시라는 생각을 한다. 말로 표현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배열을 가지고 있기에 통상적인 규율 아래의 소통이 불가능해질 다만 언어를 구축할 뿐이라고. 말 이외의 모든 것, 이미지, 소리, 촉각, 온도, 질량감, 부피, 이동성 등을 성취해내 전달한다고. 그런 말없는 가운데 말하는 시의 강인함과 아름다움… - P185
하지만 그렇게 진심을 전할 결심을 하고 우리가 어딘가에 앉아 그 대상을 반복해서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자체도 어떤 가능성이 아닐까. - P191
그것은 인간의 삶이 시간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시간과 중력마저도 무의미해지는 광활한 우주를 영화와 함께 떠돌다가 현실로 돌아온 우리가 줍는 바로 이 일 초라는, 일 분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시간 말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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