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 조영래변호사 남긴 글 모음
조영래 지음, 조영래변호사를 추모하는 모임 엮음 / 창비 / 199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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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수갑을 풀어주고 담배를 권하지 못한 것. 물론 보다 근본적인 회한은 이런 사소한 것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관행이나 사무처리상의 편의가 한 인간의 전생애보다도 우선 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감. 이런 것들이 나로 하여금 아직도 낯선 검찰청의 여러 방들을 쩔쩔매며 돌아다니게 만든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이제까지 겹겹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안일에 대한 바람을 후회한다. 인간이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내가 너무나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단순한 생존 혹은 더욱 편안한 생활을 원하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 의미는 진실하고 참된 인간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깨우친다. 복잡한 세계에 대해서 더 이상 투정하지 않을 것이다.

진정 겹겹이 반성한다. 투정과 이기주의, 이유없는 분노, 나태에 대해서.

존경하는 사람이 생겼다. 작가가 아니라 변호사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회를 위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다면 멋진 것이니까. 어떤 장벽 앞에서도 그 장벽을 장벽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 진실을 추구하는 태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의지와 실천 정신을 배우고 싶다. 그가 승소한 다양한 사건들-권양 성고문 사건, 망원동 보상 사건 등-이 당시의 사회적인 벽을 무너뜨리는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건, 그가 그만큼 진실하게 그 사건에 다가서고 기초부터 튼실하게 준비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만큼 했으면 됐지 하는 안일한 태도는 결코 승리를 불러올 수 없다. 그 사건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의식과 맞서야한다는 것. 어떤 자리에 있건, 어떤 직업을 갖건 그와 같은 철두철미한 정신으로 살아야겠다.

또한 끊임없는 겸손의 자세. 조영래 변호사는 전태일 평전이라는 위대한 책을 쓴 뒤에도 주변인에게까지도 끝내 자신이 그 책을 썼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깊이를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어떤 결정 앞에서 흔들릴 때, 안일 혹은 물질이 유혹의 손길을 뻗칠 때는 늘 이 책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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