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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장도
한수영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그다지 기억은 안 나는데, 연록흔은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마지막이 허무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읽어보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은장도라는 소설이 이 한수영이라는 사람의 소설인 것도 모르다가, 이 알라딘의 감상들을 통해 알게 되서 오늘 읽게 되었다.
남주의 이미지는 표범. 흑표범이 아닌 얼룩무늬도 아닌 부드러운 갈색의 윤기나는 털을 가진 표범이다. 흉폭하지만 우아하고 더 없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주인공은 밤의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인물로, 보통 그러한 인물들이 갖는 흉폭함이 덜하다. 굉장히 싸움도 잘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고 더 할 나위 없는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녔지만, 자기 여자를 소중히 여길 줄을 안다는 것이다. 자기 감정에 치우쳐 울컥! 상대방을 상처입히지 않는 다는 것, 이것이 이 남주의, 가륜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여주의 순진함과 솔직함도 한 몫을 했겠지만, 화를 냈다가도 마음이 불안하더라도 언제나 여주에게 웃어주고 사랑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여주는 내가 아는 여주인공 중에서 가장 솔직한 여자다. 싫으면 싫다 딱 잘라서 말하고, 사랑하려고 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말하고, 자기의 욕망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허구헌날 좋아하면서도 아닌 척, 좋으면서도 싫은 척, 당황하는 척, 하는 소설의 여주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 사현이라는 여주는 참으로 신선했다. 남주와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은 남주가 갱이라는 것이 싫어서 계속 떠날 거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마음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설 속인데, 조금쯤 익숙해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쨋든 결말은 해피엔딩이니 좋다.
남주의 생김새에 대한 것을 잘 안봐서 그런데, 눈이 은회색이라는 것 말고 얼굴은 동양인 형이 아닌 건가? 서양사람 처럼 생겼나? 맨 마지막의 내용에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쨋든, 가륜처럼 멋지고 한 매너하고 여성을 아낄 줄 아는 남자를 만난 사현이 참 부럽다. 이런 인간 없을 줄 알면서도, 아아.. 이 세상에 어디 가륜같은 남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