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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 - 동화 속에 숨겨진 사랑과 인간관계의 비밀
웬디 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한때 정통적인 동화를 비틀기가 유행했었었다. 정통적인 동화들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착하고 이쁜 미녀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먹고 잘산다는 것에 대해서, 페니미즘 계열에서도 그랬고, 원래 동화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아름답고 이쁜 동화가 엽기적인 이야기로 변모하게 만드는 것도 그랬고 말이다. 맨처음에는 그런 것들이 신선했다. 정통동화는 솔직히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에 지겹기도 했는데, 똑같은 내용을 다른 식으로 비트는 것은 쾌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 비트니까 지겹더라. 그 예로 어느 일본작가가 쓴 책에서는 브레멘음악대인가 하는 이야기가 동성연애로 바뀌고, 백설공주가 성에 미친 여자로 비유되는 등 신선함을 떠나서 역겹기까지 했다.
그러다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동화를 원문 그대로 싣는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삽화와 함께 그 동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한다. 원문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수동적이고 한심해 보이는 여주인공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니 아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쁜 삽화때문에 눈의 즐거움도 있고, 기존 이야기의 이미지를 전혀 해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부각시키니, 정서적인 안정감도 있었다. 똑같은 이야기도 어느 관점에서 보는 지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지는 것 같다. 비틀다못해 거부감을 주는 다른 책들에 비하면, 훨씬 수준높고 기분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