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들을 보고 있으면 다작(多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100% 전권 다 마음에 드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가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그래도 이건 별로야, 하는 소설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었다. 너무 많은 작품을 내놓다 보니 작품 수준을 고르게 내는 것이 힘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이시다 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그의 감각적인 문체나 산뜻하고도 쿨한 캐릭터가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별로다. 그건 내가 단편소설집 <I love you>에서 작가의 다른 단편 '마법의 버튼'을 먼저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슬로 굿바이>에 나오는 이야기와 '마법의 버튼'은 너무 비슷해서 우려먹기라는 인상을 주니까.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이별을 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을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별거인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정말 이 세상에는 사람들 수만큼이나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일본 연애소설 특유의 특징 그대로 사랑과 이별에 대해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본식 연애소설이 넘쳐나는 요즘, 굳이 이 책을 봐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소설보다는 좀 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다지 다를 것 없다.
이시다 이라의 이름값에다 많은 분들이 평점을 너무 좋게 써주셨던 것까지 플러스해서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간혹 너무 잔잔하다 못해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저 또 한 편의 일본식 연애소설이 나왔구나 하는 정도밖엔 감상평이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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