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스가 다음 테러를 기획한다면 그 대상 중 하나는 분명 런던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국이 제국주의 시절부터 너무나 많은 나쁜 짓을 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현재 초비상 상태에 있다. 영국 정부는 영국을 테러로부터 지켜 낼 수 있을까? 일단 나는 영국 정부의 능력을 믿는다.

영국 정부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있고 영국 정보원들이 얼마나 책임감 있고 탁월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도 없이 예를 들 수 있다. 딱 하나만 들어보자. 지난 러시아 민항기 사태때 발칵 뒤집어 진 곳은 러시아도 이집트도 아니고 바로 영국 정부였다. 즉각 비상 회의가 소집되고 테러 첩보가 분석되고 해당 지역에 남아 있는 영국 국민들에게 비행기를 타지 말라는 조처가 내려졌다. 러시아는 2, 3일 후에나 같은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해당 공항의 검문 강화를 위해 이집트 정부에 계속 압박을 가해 온 것도 영국이었다. 결과적으로 수하물을 통해 반입되는 폭탄을 막지는 못했지만...)

11월마다 런던에서는 현충일 행사가 열린다. 커먼웰스 국가들(영연방 국가들)에서 온 대표들과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내가 보기에 영국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식민지 시대때 우리가 잘못한 것은 정말 미안해. 용서해 주면 안되겠니? 1차 대전때, 2차 대전때 우리 힘을 합쳐 전체주의와 싸우지 않았니? 그때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 마음 영원히 간직할테니 우리 앞으로는 사이 좋게 지내자."

영국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에 관세 혜택을 주고, 교육, 환경 보호 등을 위해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올해 영국이 국가적으로(비비씨의 기획인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에볼라 퇴치다. 그냥 무심코 보면 영국 국민들하고는 거의 아무런 상관도 없는 에볼라 퇴치를 위해 영국이 왜 저렇게 신경을 쓰나, 하고 생각될 정도다.

인종적 다양성 문제. 예를 들어 영국 테레비젼에서 흑인 앵커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앵커가 히잡을 쓰고 보도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인종주의자라는 말은 인간 쓰레기라는 말과 동급이다. 그래서 간혹 축구 경기 중에 일어나는 인종주의적 욕설 한 마디에도 난리가 난다. 비비씨는 파키스탄 커뮤니티에 관한 코메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한다. 크리켓 레전드인 인도 선수의 은퇴 소식이 거의 긴급 뉴스급이다. 넬슨 만델라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긴급 뉴스였다. 백인 경찰의 과잉 대처로 흑인 남성이 사망했을 때 영국 내무부 장관의 조처는, 인구 비율에 맞게 흑인 경찰 수를 늘리라는 것이었다. 등등.

영국 의회는 영국군의 시리아 폭격에 반대하고 있다. 노동당 당수인 제레미 코뱅은 중동의 테러 세력과도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뱅은 노동당이 집권하게 되면 이라크 침공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노동당이 집권하면 영국의 이라크 침공 참여에 책임이 있는 토니 블레어 전총리는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토니 블레어조차 이라크 침공이 아이에스 창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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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5-11-1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이 정책적으로 노력하는 부분만 보면 그렇지만 the sun 이나 다른 보수 언론의 커버기사나 거기에 달리는 덧글에 극명히 보이는 외국인/난민 혐오도 함께 염두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weekly 2015-11-18 01:3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느 사회건 극우적인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구가 2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정치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증폭시켜서 주도적인 여론으로 만들때 발생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잠재되어 있는 20% 정도의 극우적 성향은 그냥 정상적인, 건강한 사회의 일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국에서도 유킵이 이 정도 지지를 받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영국은 극우적인 성향이 주도적 여론이 되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극우 세력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잉글랜드 백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러면 유나이티드 킹덤의 통일성이 깨져 버리죠. 더구나 현충일 행사에서 보듯 영국의 정체성은 여왕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인종까지 포괄합니다. 즉, 극우적 목소리는 여왕의 상징적 통일성마저 위태롭게 하는 셈이지요...

얼마 전 보수당이 가난한 가정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시키는 법안을 내었지만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하우스 오브 로드에서 이를 부결시켰다는 기사를 보셨는지요? 중도라지만 어쨌든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하우스 오브 로드를 지지하는 기사를 냈더라고요. 영국은 계급 사회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난한 서민 계층을 가능한 압박하지 않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킹 클라스가 폭발할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런 것도 극우의 준동을 막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퓌쉬앤칲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게에 가면 어쩔 수 없이 썬이나 데일리 메일을 보게 됩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이 신문들은 이민자/난민 혐오를 열심히 조장하고 있습니다. 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왜나하면... 얼마 전에 엄청난 일이 있었죠? 파키스탄 동네에서 백인 소녀들을 다년간 성폭행하고 매매춘시킨 것... 한국에서라면 원자폭탄급 이슈였을 텐데요... 영국은 조용 조용하게 넘어가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 기사들을 썬이나 데일리 메일 등이 어떻게 다루었는지 제가 보지를 못했지만 이러한 엄청난 사건도 반-이민, 반-외국인 문제를 표면화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껏 이슈화되는 수준은, 루마니아나 시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이 베네핏을 갉아 먹는다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 정도야 뭐~ (게다가 영국 언론에서 이민자들이 영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바를 열심히 선전해 주고 있죠. 예를 들면 엔에치에스 인력의 10% 정도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것 등등.)

이제 새로 이슈화된 것이 테러 위협인데 이건 또 보수당이 잘 하고 있죠. 영국이 할당받은 수의 시리아 난민을 터키의 난민촌에 직접 가서 선별하여 데려온다든지 하는...

qualia 2015-11-1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극단적인 상황이라도 “대화”가 최선이라고 봅니다. 차별/테러/폭력/전쟁 따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대화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weekly 님 전언의 핵심으로 이해합니다.

weekly 2015-11-18 17:3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음... 사실은 제 의견도 계속 진동하고 있기 때문에...

Forgettable. 2015-11-1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했지만 이 글은 약간 편파적인것 같아 덧글을 달았네요. 영국인의 각자 개개인의성향이 어떻든 국가에 대한 믿음은 완고한 것 같아요. 스페인이나 한국의 그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질투도 나고 뭐 그렇습니다. ㅎㅎ

weekly 2015-11-18 17: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제가 현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저도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원 글은 단지, 영국이 (원죄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선도적인 조치들을 하고 있는가를 두서없이 떠벌인 것 뿐이랍니다.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구요.

다 떠나서 포겟터블님이 말씀하신 대로 영국인 각자의 국가에 대한 믿음은 확고해 보여요. 저도 놀랍고 질투나고 그렇답니다. 그러나 공짜로 그렇게 된 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구요. 영국 왕실과 정부가 국민적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들을 평가해 주어야 하리라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한국인의 국가에 대한 믿음이 제로에 가까운 것은 국가의 노력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뜻이라고 저는 판단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