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달 전 쯤에 한인 신문에 한국의 어떤 대학에서 오래 되고 대출률이 낮은 책들을 처분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났었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어이가 없었다. 오래 되고 대출률이 낮은 책들 중에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양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만약 대학 도서관 등에서 이런 책들을 처분해 버린다면, 이런 책들은 어디에서 구해 본다는 말인가!

 

그로부터 한 두 달이 지나 사르트르에 제대로 꼽힌 나는 영국 아마존을 통해 사르트르 관련 책들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거의 중고 책들이다. 몇 백원도 안하는 것에서부터 대체로 5, 6000천원, 비싸면 2만원 가까이 하는 책들이다. 물론 운송비가 부가되어야 한다. 5000원 정도. 5000원이면 미국에서든, 프랑스에서든 독일에서든 책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다 주문하면 2, 3주 기다려야 하기는 한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책들 중에는 대학 도서관 직인이나 공공 도서관 직인이 찍힌 게 많다. 아마 장서 문제로 처분한 도서이리라. 아래 사진은 오늘 받은, 미국 메사추세츠의 한 도서관에서 방출된 책이다.

 

DISCARD라는 직인이 너무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로 책이 너무 너무 깨끗하다. 표지도 비닐로 잘 포장되어 있다. 내용이야 보봐르가 말년의 사르트르를 인터뷰한 것이 거진 다 이지만...

 

헌책이지만 이미 절판된 상태에서 나름 특수한 수요가 있는 책들은, 당연히 한없이 비싸다. 사르트르의 "Notebooks for an ethics" 같은 경우가 그렇다. 무려 20만원 가까이 한다. 살 수 없는 금액이다. 이럴 수록 간절히 갖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 책은 사르트르가 윤리학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만들어 놓은 노트들 중에서 뽑아서 묶어 만든 것이다. 나는 차라리 이렇게 단편들을 묶어 놓은 것들에 더 끌린다. 왜냐하면 거장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고를 완결해 내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 가서 미리 보기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다 왔다. 갖고 싶다. 그러나... 절대 사고 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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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4-12-0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귀한 책을... 저도 갖고 싶네요

Weekly 2014-12-08 08:0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 아마 한국어판도 있을 거예요~

blanca 2014-12-0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마음 십분 이해가네요.

Weekly 2014-12-08 08:0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