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가을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오후 4, 5시만 되면 어두워 지고, 웬종일 구름이 끼여 있는데다 비가 내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말은 이렇게 끼워보고 저렇게 끼워 보아도 도저히 영국에 적용될 수 없다.
그래도 가을 분위기를 타보기 위해 나돌아 다녀 보았다.

(2~3 주 전에 윙크워쓰라는 데를 갔다. 작은 계곡 주위를 정원처럼 가꾸어 놓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라고 해서 갔는데 보다시피 날이 아주 좋았다. 안내 데스크에 있던 분이 정말 좋은 날에 왔다고 운이 좋다고 했다. 어쩌면 내가 아무 생각없이 평상화를 신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죄다 장화를 신었더라.)

(윙크워쓰 산책로에 놓여 있는 의자다. 영국 사람은 죽으면 의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내가 만든 말인지도 모른다. 영국의 길가에 종종 저런 나무 의자가 놓여 있다. 누구 누구를 기억하며~ 이런 문구가 패찰이나 나무에 새겨져 있다.)

(어제 갔던 데블스 펀치 보울이라는 곳이다. 계곡은 계곡이되 둘레가 대접마냥 둥글게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지명은 북구 신화 비스무리한 것에서 따왔다 하는데 안내판을 읽다 말았다. 난 영국의 안내판에 쓰여 있는 말들을 대체로 안믿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은 과장이 심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구름이 잔뜩 끼고 비도 오슬오슬 오고 땅바닥도 진창이다. 전형적인 영국의 가을 풍경이다. 데블스 펀치 보울은 나름 산지이기 때문에 덤으로 안개까지 얹혀졌다. -내가 이 곳을 좋아하게 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