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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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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대여점에서 몇번을 들었다 놨다 한 책입니다. 아마 순정만화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저와같은 경험을 하셨겠죠. 칙칙한 그림에 귀신 도깨비가 출몰하는 만화. 음산하거나 기괴할거라는 선입견을 갖게 만드니까요.

어떤 잡지에 실린 서평을 읽고서야 겨우 안내키는 마음을 다잡고 빌려보았습니다. 1권이 좀 난해했지만(이 작품이 장편을 염두에 두지 않은 단편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2권 3권 계속 손이 가는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야금야금 사 모으는 책이 되었지요.

다양한 귀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사는 도깨비들의 이야기는 얼핏 서구의 요정과도 같은 개념인 듯 여겨집니다. 각자의 세계에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즐겁게 오가며 담소도 나누고 은원을 갖기도 하고 술잔도 기울일 수 있는 관계. 그래서인지 귀신들의 해꼬지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또, 다행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영감이 무딘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

또 이것들은 일본의 귀신들이거든요. 일본색이 짙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 관한거죠. 그리고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한편한편의 이야기가 굉장히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서 후반부에 이를때까지도 '그래서 이 이야기는 어떻게 엮인거야?'라는 궁금증을 갖게 만듭니다. 탁월한 아이디어와 이야기전개법이 따뜻한 작가의 시선과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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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만에 시나리오 쓰기 - 친구 매스컬처 시리즈 1, 마음으로 영화 쓰는 법
비키 킹 지음, 이지영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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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법서들은 대개, 플롯을 중점으로 설명하기 십상이다. 플롯은 이렇게 구성하고, 장면은 이렇게 나누고, 성격은 이런것을 생각해 설정하고, 한마디로 말해 개론서적이고 분석적인 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전혀 다르다. 분석하고 배우기 이전에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라고.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쓰고싶은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으니까, 쓰라고 말한다. 이것이 이 책의 맹점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저자의 질문에, 준비가 안된 사람들은 지레 지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해도 뾰족한 답이 안나오는걸...' 이렇게 실망할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이것을 쓰고싶다'는 마음이 솟구친다면, 그땐 이만큼 좋은 길잡이는 없을거란 생각이다. 내 속에 꿈틀거리는 것들을 정리하고 끄집어내는 지침서로서 훌륭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21일도 불가능이 아닐것이다. 그러나, 제목처럼 21일 안에 (극장용 영화)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두에게 어려울테니 좌절할 필요는 없다. 또, 이 책에서 말하는 시나리오 용어나 문서편집법은 특이한 부분이 있다. 흔히 쓰는 용어와 조금 다른 용어들이 나온다. 때문에 초보자라면, 이 책 외에도 분석적인 작법서를 한권 더 사보라고 권해야 할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대단히 재미있고 쉽고 용기를 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속는셈치고 따라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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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이렇게 해도 안되면 내가 성을 간다
양미선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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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공부법 안내서 말입니다-은 대개 자신감과 열의를 북돋아주는 선에서 끝나는게 대부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굳이 정가를 주고 사고싶은 책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별 네개냐구요?^^

위에서 말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내용이 상당부분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저자는, 이런종류의 책들이 '외국어에 왕도란 없다!'고 부르짖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터득한 외국어 공부법의 '왕도'를 그것도 일본어에 국한시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어는 박자의 언어라고 정의한 것이나, 초급 중급 학습자별로 효과를 볼만한 NHK방송프로를 언급하는 등, 매우 실질적이고 가까운 실천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죠. 단어장 활용 노하우도 은근히 도움이 되고, 간간이 정리해놓은 기본문형/어형변화 따위의 표는 핵심을 잘 짚고 있고요.

또 일본어가 좀처럼 능숙해지지 않는 이유 가운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저도 뜨끔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일본어란 조금 익숙할 뿐인 '외국어'임을 인식시키고, 그 돌파구로 자신을 경험을 제시하며 힘을 북돋워 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일본어를 이제 막 시작한 분들이나 독학을 하려는 분들은 소장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방법론이 지겹거나, 일본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신 분들, 중급 이상의 실력자라면, 서점에서 시간을 내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구입하실 필요는 없더라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매력은 있거든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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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 1 - 천의 얼굴을 가진 소녀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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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교때 연예인이 되고싶었던 나를 연극팬으로 돌려버린 만화. 살아 숨쉬는 무대라는 것, 관객과 함께 하는 호흡이란 것의 그 설레임을 맛보고싶어 대학때는 연극부를 택했을 정도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것은 매개체일뿐, 이 만화가 다루는 것은 꿈을 향한 도전이다. 연극의 'ㅇ'도 모르던 마야가 막무가내로 체득해가는 연기의 정수는, 어쩌면 연기를 접하기 힘든 우리 독자들의 분신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마야를 따라 연극의 세계로, 매화요정 홍천녀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유미의 경우는 기본을 알고 정석대로 노력을 계속하는 타입이다. 이성적이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며, 일부러 체험도 한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집념과 정열은 그야말로 '프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과장된 허구라는 것을 볼때, 이 만화는 충실한 허구다.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명확하고 전개가 자연스럽고 캐릭터가 생생하며 그럴싸하게 극도로 과장되었다. 과장... 어쩌면 내가 그렇게 신들린 연기자를 보기 못했기 때문일까...?

이 만화는 한때 많은 독자들에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만들었고 연극의 교본처럼 거론되기도 했다. 그만큼 사실적인 연극계가 묘사되어 있으며,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연극계의 이모저모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남자같아서 여성팬이 많은 레이에게 권유했던 '여성극단'은 '다카라즈카'일 것이며, 연극제에 참가했던 괴짜 천막극단은 실제로 재일교포가 화제를 일으켰던 노천극단을 모델로 한 듯하다. 노천극단은 실제로 천막 친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매니아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작품성과 실험성을 인정받는 문제적 극단으로 일본 연극계의 한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한다.

나는 종종 마야 계열의 연기자라느니 아유미 계열이라느니 하며, 마야는 알파치노, 아유미는 로버트 드 니로에 비유하곤 했다. 자신만의 역할을 만드느냐 역할 그자체가 되느냐의 문제는,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나서 '역시 알파치노야!'라고 하느냐 '***(극중이름을 말하며) 굉장하지 않았어?'라고 하느냐의 차이일것이다. 어느쪽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다 매력적이고 둘다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마야와 아유미는 그렇게 강력한 두 주인공으로 한 작품 속에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대망의 홍천녀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엄청난 연기법이 다 소개되었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우연한 깨달음이나 그리 새롭지 않은 연기로 과정을 넘기기 때문. 또, 사랑이야기가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꼬여서 신선함이 떨어진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전집을 모으고싶은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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