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1 - 천의 얼굴을 가진 소녀
미우치 스즈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때 연예인이 되고싶었던 나를 연극팬으로 돌려버린 만화. 살아 숨쉬는 무대라는 것, 관객과 함께 하는 호흡이란 것의 그 설레임을 맛보고싶어 대학때는 연극부를 택했을 정도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것은 매개체일뿐, 이 만화가 다루는 것은 꿈을 향한 도전이다. 연극의 'ㅇ'도 모르던 마야가 막무가내로 체득해가는 연기의 정수는, 어쩌면 연기를 접하기 힘든 우리 독자들의 분신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는 마야를 따라 연극의 세계로, 매화요정 홍천녀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유미의 경우는 기본을 알고 정석대로 노력을 계속하는 타입이다. 이성적이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며, 일부러 체험도 한다. 그녀의 연기에 대한 집념과 정열은 그야말로 '프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과장된 허구라는 것을 볼때, 이 만화는 충실한 허구다.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명확하고 전개가 자연스럽고 캐릭터가 생생하며 그럴싸하게 극도로 과장되었다. 과장... 어쩌면 내가 그렇게 신들린 연기자를 보기 못했기 때문일까...?

이 만화는 한때 많은 독자들에게 연기자의 꿈을 꾸게 만들었고 연극의 교본처럼 거론되기도 했다. 그만큼 사실적인 연극계가 묘사되어 있으며,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연극계의 이모저모가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남자같아서 여성팬이 많은 레이에게 권유했던 '여성극단'은 '다카라즈카'일 것이며, 연극제에 참가했던 괴짜 천막극단은 실제로 재일교포가 화제를 일으켰던 노천극단을 모델로 한 듯하다. 노천극단은 실제로 천막 친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매니아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작품성과 실험성을 인정받는 문제적 극단으로 일본 연극계의 한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한다.

나는 종종 마야 계열의 연기자라느니 아유미 계열이라느니 하며, 마야는 알파치노, 아유미는 로버트 드 니로에 비유하곤 했다. 자신만의 역할을 만드느냐 역할 그자체가 되느냐의 문제는,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나서 '역시 알파치노야!'라고 하느냐 '***(극중이름을 말하며) 굉장하지 않았어?'라고 하느냐의 차이일것이다. 어느쪽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둘다 매력적이고 둘다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마야와 아유미는 그렇게 강력한 두 주인공으로 한 작품 속에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대망의 홍천녀 이야기가 나오면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엄청난 연기법이 다 소개되었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우연한 깨달음이나 그리 새롭지 않은 연기로 과정을 넘기기 때문. 또, 사랑이야기가 지나치게 신파적으로 꼬여서 신선함이 떨어진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전집을 모으고싶은 명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