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게서 받은 편지들 다시 읽어 본다고 여기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이 편지통에 들어있는 너를 비롯한 사연들 모두가 재미있어. 지나간 내 친구들과 선생님의 자취들...유치했던 나까지...

한때는 '날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많이 불안해 하고 우울했었거든.  얼굴도 촌시럽게 생겨가지고 투덜거리기나 하고 또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남의 말에 귀도 기울일줄 몰라 하던 나를 누가 좋아하겠나 싶어 더욱 고개 푹 숙이고 다니곤 했었는데.

이제 내 편지통에 가득 들어 있는 (원래 쬐그마해서 얼마 넣지 않아도 넘친다) 지나간 내 이웃들은 나를 얼마나 이뻐하고 사랑해 주었는지 말하고 있네. 근데 미안하게도 내게 그런 아름다운 말들을 건네준 친구들의 얼굴이 가끔씩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름은 입에 익은데 도저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TV에서 친구들 잘 찾지 못하는게 짜고 하는 건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

하여튼간 10년 20년 전의 나를 옆에서 지켜봐 주었던 많은 이들에게 고맙다.

이 편지통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니가 보낸 시(너는 낙서라고 했지만)하고 편지들을 자체 검열(?)해서 여기 올려 볼께.

그리고 천상병 시인의 육필을 '아래아한글'사에서 폰트로 개발했다고 하더라구. 니 필체도 폰트로 개발해 두면 좋겠다 싶다. 글씨체가 어떠냐 하면... 차 한 잔 앞에 두고 가부좌 틀고 조용히 미소지으며 소곤소곤 대는 느낌이다. 꽃잎 다섯개  달린 네 마스코트도 정겹고.

하여튼간 너도 천시인 못지않은 '좋은 사람' 되어서 내게 있는 너의 손길들이 자랑거리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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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5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왈로 2005-10-2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그 땐 그랬었지. 얼마전까지도 그런 고비 있었고. 그리고 우리집 화장대 서랍엔 도장 따 찍힌 이혼서류도 그대로 있고. 변하지 않고 평생 괴로울 것만 같았는데 이젠 그런 고비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도 조금 알겠고. 내년이면 결혼 10년인데 이제서야 묻고 묻히고 서로 부대끼는 방법 알았으니 늦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