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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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감각기관은 참 효율적이죠. 지속적인자극이 반복되면 그걸 그냥 배경 잡음으로 처리해버리니까요. 소음이 지속되면, 소음 자체를 감각처리 기관에서 음소거해버리는 셈이에요. 냄새도마찬가지고요. 아마도 이곳 사람들은 이 냄새의존재를, 그리고 어떤 소리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거예요. 그것과 함께 너무 오래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배경 잡음은 절대 사소하지 않아요. 그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죠. 그리고 때로 그것은여행자의 시선으로만 포착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시선 대신에요."

나는 춤을 추고 또 추었다.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강인해요. 당신의움직임이 나에게 영감을 줘요. 어느 순간부터는한나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이따금 궁금했지만 그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질문도 그만두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유안, 난 아무리생각해도 모르겠어요. 모두 착한 마음을 가지고도우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선의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을 이용하다니. 그들을 비참한노예로 만들다니. 어떻게 그것이………."

"그래서 도울 수 있게 했잖아요. 선의를 베풀 수있게 했어요."

레오는 과격하게 핸들을 꺾었고 유안은 창에 머리를 부딪쳤다. 레오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유안은 몸을 세우며 말했다.

"모두가 므레모사에 그러려고 왔죠. 도움을 베풀러 왔고, 구경하러 왔고, 비극을 목격하러 왔고, 또 회복을 목격하러 왔어요. 그래서 실컷 그렇게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행복한 결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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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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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념일을 맞은 부모님을 모시고 고즈넉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는 "구름은 왜 하늘에 떠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이 말의 본뜻은 대기 환경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방금 식사를 한 식당이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그 말은 들은 어머니는 "그럼 구름이 하늘에 떠 있지, 땅으로 내려오냐" 하고 답을 했는데 이 역시 본뜻은 ‘오늘을 기념해주어서 고맙다‘라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두 분의 대화를 이어 구름과 수증기 그리고 강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줍잖은 지식을 늘어놓은 제 말들의 본뜻은 ‘뭐 이런 것으로 고마워하시냐, 아무것도 아니다‘ 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어느새 한결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 뜻은 말 그대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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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1
고미숙 지음 / 작은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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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선생님께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헤아리는 감상과 날카로운 촉으로 깊이 파고드는 예민함으로 무장하였지만 자신의 중심은 잃지 않는 기개라니요!!! 이렇게 듬직한 선생님이 계신다면 따르지 않을 수 없지요.
요즘의 여행기는 우선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이 목적인데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빤히 아는 상태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러 가는 것 뿐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박지원선생의 여행기는 진정한 미지의 나라를 찾아서 새로운 것을 보고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며 나에게 이로운 것으로 취한다는 학문이었습니다. 물론 시대가 그러하니 당시와 지금의 여행기는 다를 수 밖에 없겠으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느끼는 것이 진정한 여행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만…우선 코로나가 끝나야 어떻게든 느껴보지 않겠습니까??

쓸쓸히 혼자서 한 잔을 부어 마셨다. 동쪽을 바라보니 의주철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첩첩 구름 속에 들어 있다. 술 한잔을 가득 부어 누각의 첫째 기둥에 뿌렸다. 잘 다녀올것을 스스로 빌었다. 또 한 잔을 부어 둘째 기둥에 뿌렸다.
이번엔 장복이와 창대를 위하여 빌었다. 술병을 흔들어보니 아직도 몇 잔 더 남았다.
"창대야, 남은 술을 땅에다 뿌리려무나."
"네?"
"말을 위해 빌어 주자꾸나."

당파나 정쟁에 얼룩진 정국에 입문하기도 싫었지만, 그가진정 견디기 어려웠던 건 과거제도의 타락상이었다.
과거를 치를 때마다 응시자가 수만 명이나 되는데, 그러다보니 시험장은 서로 부르고 짓밟고 하느라 졸지에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거기다 백이면 백, 천이면 천, 판에박은 듯 똑같이 써내는 과문科文(과거시험의 여러 가지문체)의 격식도 그에게는 실로 끔찍했다.

만약 수색 중에 금물이 발견되면? 첫 번째 깃발에서 걸리면큰 곤장으로 매질을 하고 물건은 몰수, 두 번째 깃발에서걸리면 귀양, 마지막 깃발에서 걸리면 목을 벤다.

득룡은 가산嘉山 출신이다. 열네 살부터 북경에 드나들기시작해서 이번이 자그마치 서른 번째라고 한다. 중국말은물론 현지 사정에 빠삭하여 크건 작건 간에 우리 일행의일은 모두 득룡이 아니면 감당할 인물이 없다. 사행이 있을때마다 미리 가산으로 공문을 보내 그의 식구들을감금토록 한다. 그가 중국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인질로 잡아 두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가히 그의 재간을짐작할 만하다.

주변의 진열 상태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단정하게정리되어 있다. 한 가지도 구차스럽게 대충 해놓은 법이없고, 물건 하나도 너저분하게 늘어놓은 것이 없다. 심지어소외양간이나 돼지우리까지 모두 법도 있게 깔끔하다.
땔감 쌓아 놓은 것이나 두엄더미까지도 그림처럼 곱다. 아!
이렇게 한 뒤에야 비로소 이용利用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이용‘이 있은 뒤에야 후생厚生이 될 것이요, 후생이 된뒤에야 정덕正德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 쓰임을이롭게(이용)‘ 할 수 없는데도 ‘삶을 도탑게(후생)‘ 할 수있는 건 세상에 드물다. 그리고 생활이 넉넉지 못하면 어찌
‘덕을 바르게(정덕)‘ 할 수 있겠는가.

"수레를 만들 때는 무엇보다도 궤도를 똑같이 해야 한다.
이른바 궤도를 똑같이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굴대의거리는 양쪽 바퀴 사이를 말한다. 이 양쪽 바퀴 사이에정해진 거리만 어기지 않으면, 수레 만 대가 지나가도 그바킷자국은 하나로 이어질 것이다. 수레의 궤도를 똑같이한다(거동궤車同軌)‘란 말이 바로 이것이다. 만일 양쪽바퀴 사이를 제멋대로 넓히거나 좁힌다면 길에 난바뒷자국이 어찌 한 궤도를 그릴 수 있겠는가."

"뜻을 얻은 곳에는 두 번 가지 않는 법! 만족함을 알면위태롭지 않다네."

밤에 조금 취하여 깜빡 잠이 들었다. 나는 홀연 심양성안에 있었다. 궁궐과 성지城池, 민가와 저잣거리 등이번화하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게 장관일 줄이야. 집에 돌아가서 자랑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훌훌 허공을 날아갔다.

"멋진 울음터로구나. 크게 한번 울어 볼 만하도다!"
옆에 있던 정 진사가 물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시야가 이렇게 훤하게 터진 곳을만나서 별안간 통곡을 생각하시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아니지, 아니고말고, 천고의 영웅은잘 울었고, 미인은 눈물이 많았네. 그러나 그들은 몇 줄기소리 없는 눈물을 옷깃에 떨굴 정도로만 흘렸기에, 소리가천지에 가득 차서 쇠나 돌에서 나오는 듯한 울음은 들어본적이 없단 말이야. 사람들은 다만 희로애락애오욕 칠정七情 가운데서 오직 슬플 때만 우는 줄로 알 뿐, 칠정 모두가울 수 있다는 건 모르지. 기쁨(희喜)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노여움(노怒)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슬픔(애)이사무쳐도 울게 되고, 즐거움(락樂)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사랑함(애愛)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미움(오惡)이
사무쳐도 울게 되고, 욕심(욕欲)이 사무쳐도 울게 되는 것이야.

왠 줄 아는가? 근심으로 답답한 걸 풀어 버리는 데에는소리보다 더 효과가 빠른 게 없거든. 울음이란 천지간에있어서 우레와도 같은 것일세. 지극한 정이 발현되어나오는 것이 절로 이치에 딱 맞는다면 울음이나 웃음이나무에 다르겠는가? 사람의 감정이 오히려 이러한 극치를겪지 못한 탓으로 교묘하게 칠정을 늘어놓으면서 슬픔에다.
울음을 배치한 것일세. 이 때문에 상을 당하면 처음에는‘애고‘, ‘어이‘ 따위의 소리를 억지로 울부짖는 거지.
그러면서도 참된 칠정에서 우러나오는 지극하고도 진실된소리는 참고 억누르다 보니, 저 천지 사이에 서리고 엉기어감히 펼치지 못한단 말일세. 일찍이 가의賈誼(한나라 때정치가)는 한바탕 울어 젖힐 곳을 얻지 못하고 결국 참다참다 별안간 선실宣室(한나라 문제가 가의에게 귀신에대해 질문을 한 곳)을 향하여 한마디 길게 울부짖었다네.
그러니 듣는 사람들이 어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지않았겠는가?"

훗날 1809년 연행을 다녀온 추사 김정희는 연암의
‘호곡장론‘에 대한 시 한 수를 남겼다.


요야(遼野)
천추의 커다란 울음터라니千秋大哭場
재미난 그 비유 신묘도 해라戱仍妙詮
갓 태어난 핏덩이 어린아이가譬之初生兒
세상 나와 우는 것에 비유했다네出世而啼先

"그건 갓난아기에게 물어봐야 될 거네. 그 애가 처음태어났을 때 느낀 것이 무슨 정인지. 그 애는 먼저 해와달을 보고, 다음으로는 눈앞에 가득한 부모와 친척들을보니 기쁘지 않을 리 없지. 이 같은 기쁨이 늙을 때까지변함이 없다면, 본래 슬퍼하고 노여워할 이치가 전혀 없이즐겁게 웃기만 해야 마땅한 것 아니겠나. 그런데 도리어분노하고 한스러워하는 감정이 가슴속에 가득하여 끝없이울부짖기만 하지 않나.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
삶이란 성인이든 우매한 백성이든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또 살아가는 동안에도 온갖 근심 걱정을 두루 겪어야 하기때문에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여 먼저 스스로 울음을터뜨려서 자기 자신을 조문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갓난아기의 본래 정이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야.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에는 캄캄하고 막혀서 갑갑하게지내다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탁 트이고 훤한 곳으로나와서 손도 펴 보고 발도 펴 보니 마음이 시원했겠지.
어찌 참된 소리를 내어 자기 마음을 한번 펼치지 않을 슈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저 갓난아기의 꾸밈없는 소리를 본받아서, 비로봉(금강산의 최고봉) 꼭대기에 올라가동해를 바라보면서 한바탕 울어 볼 만하고, 장연의금모래밭(예부터 황해도 장면에 있는 몽금포의금사낙조金沙落照가 유명함)을 거닐면서 한바탕 울어 볼만하이.

"요동벌판은 평평하고 넓기 때문에 강물이 절대 성난소리로 울지 않아".
모르는 소리! 요하遼河는 울지 않은 적이 없었으나 다만밤에 건너지 않았을 뿐이다. 낮에는 강물을 볼 수 있어벌벌 떠느라 눈이 있다는 걸 근심으로 여긴다. 그러니 어찌귀에 들리는 게 있겠는가. 지금 나는 한밤중에 강을건너느라 눈으로 위험한 것을 볼 수 없다. 그러니 위험은오로지 듣는 것에만 쏠리고, 그 바람에 귀는 두려워 떨며근심을 이기지 못한다.
내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명심冥心(깊고 지극한 마음)이있는 사람은 귀와 눈이 마음의 누累가 되지 않고, 귀와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잔달아져서 갈수록병이 된다. 지금 내 마부가 말에 밟혀서 뒷 수레에 실려온다. 그래서 결국 말의 재갈을 풀어 주고 강물에 떠서무릎을 구부려 안장 위에 발을 올리곤 옹송거리고 앉았다.
한번 떨어지면 강물이다. 그땐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마침내 내 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번이나 강을 건넜건만 아무 근심 없이 궤석几席(안석과돗자리)에서 앉았다 누웠다 하며 생활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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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어머니와 원행을 다녀오다 - 원행을묘 정리의궤 (園幸乙卯整理儀軌) 처음 읽는 의궤 1
김흥식 지음 / 태학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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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궤란 각종 행사의 준비부터 마무리를 기록한 공문서라고 랍니다. ‘원행을묘’는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맞이하여 아버지 성묘를 겸한 잔치를 준비하는 기록을 남긴 책입니다. 요즘 환갑의 나이는 아직 청춘으로 여겨지지만 당시만해도 장수의 상징이었기에 왕으로서도 어머님을 위한 큰 잔치를 베풀게 되었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정조의 효심뿐 아니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과학적인 사고방식등을 두루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매 과정마다 백성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국가의 재산을 최대한 절약하려 하고 모든 과정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려 한 정조의 고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배다리를 만들기 위한 ‘어제주교지남’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글 뿐 아니라 수록된 그림 역시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조만간 그림을 직접 보러 미술관을 가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처음 읽는 의궤’시리즈의 첫 책으로 나와 다른 의궤에 대한 호기심을 한껏 부추겨 주었으니 다른 의궤를 소개하는 책들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만 지금보다 조금만 더 쉽게 풀어주신다면 더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원행을묘 정리의궤』는 이렇게 계획된 행사인 을묘년의 성묘, 그리고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는 잔치, 나아가 1795년 6월 18일 개최한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에 이르는 전 행사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경축의 예를 여러 신하가 이미 시작하였으니 지금 바로 준청準[신하들이 청하는 것을 임금이 윤허하던 일]하겠다. 내년 원행에 자궁의 어가를 받들어 모시기 위하여 지난봄, 한 직책을 별도로 두어 전담해서 거행하라고 하교하였는데, 행정적인 일이 지금쯤은 이루어져서 설치되어야 한다." 1794년 12월 10일

정리소의 낭청이 당상의 뜻으로 아뢰기를,
"현륭원에 행차하실 때, 관계되는 모든 일은 본 정리소에서 주관하여거행합니다. 그런데 배다리 놓는 일은 관계된 바가 더욱 긴요합니다. 따라서 며칠 사이 날씨를 보아 따뜻해지면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뱃사람들에게 날마다 일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20일 가까이걸려야 끝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절목節目에서 그사이에 관련된 일들의 자세한 규칙을 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무릇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조리가 있으면 일은 반만 하고도 실적은 두 배를 거둘 수 있습니다.

어제주교지남御製舟橋指南
배다리 제도는 『시경詩經』에 실려 있으며 역사책에도 나타나 있어서, 그것이 시작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이 외지고 막혀서 오늘날까지 시행되지 못하였다. 이에 내가 그것을 실행할 뜻을 가지고 의정부에 자문하고 부로父老[나이 많은 어른]들에게까지 물어본 것이 부지런하고도 정성스럽지 않은가?

일단 범죄가 있을 경우 즉시 배 장부에서 그 명단을 제거하고 다른가
을배로 충당하게 하면, 이익이 있는 곳에 벌칙 또한 적지 않으므로 형벌을쓰지 않아도 백성들을 자연히 징계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할 경우 5강의 뱃사람들은 배다리에 편성되는 것을 영광스럽게 받들게 되어, 그 기회를 얻지 못한 자는 걱정하고 이미 얻은 자는 혹시라도 잃을까 걱정하면서, 혹시라도 남에게 뒤질세라 힘을 다해일에 참가할 것이다. 은혜를 베풀면서도 낭비하지 않고, 수고롭게 하면서도 원망을 사지 않고, 위엄을 보여도 사납지 않은 것이 바로 이것을두고 한 말이다.

묘시 초3각에 삼취하여 때가 되자, 임금께서 융복을 갖추어 말을 타고신풍루에 나와, 말에서 내려 자리에 오르시어 동부승지 이조원에게 하교하시기를, "너는 내려가서 쌀은 두 배로 지급하고 죽은 똑같이 나누어 먹여, 쌀을 나누고 죽을 먹임이 모두 자궁의 은혜에서 나왔다는 뜻을 뭇 백성들에게 알리라." 하시고 또 하교하시기를, "선전관은 죽 한 주발을 가져오라. 내 죽 맛이 어떠한가를 보겠다." 하셨다.

임금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러한 말들은 너희들의 겉치레 인사이다.
너희들은 모두 나의 자식이니 매양 은택을 내리지 못함을 걱정한다. 더구나 구중심처九重深處[겹겹이 문으로 막은 깊은 궁궐이라는 뜻으로, 임금이 있는 대궐 안을 이르는 말]에서 백성들의 질고疾苦 [병으로 인한 괴로움]를 자세히알 길이 없으니 지척의 어가 앞에서 생각들을 말하게 하여, 아뢰지 못하던 어려움을 아뢰게 하여 여러 백성들의 고충을 들어주고자 함인데, 너희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 어찌 두려워하여 머뭇거리며말을 못 하고 있는가?"

"세월이 흐르고 흘러 회갑 탄신일을 맞는 것이야말로 보기 드문 큰 경사이다. 어버이의 춘추가 여기에 이르게 되면 이를 경축하며 기쁨을 표시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로서 당연한 것이다. 정중하게 음식을 대접하며 술을 따라 올리는 것은 서민들이 하는 일이요, 잔치 자리를 마련하여여러 집안 어른들을 초청하는 것은 경대부들이 하는 일이요, 정사를 하며 백성들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은 임금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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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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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렇게 이상한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 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역시 실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전부 너무나도 충동적인데다 단순하기까지 하여 그저 사건을 꼬는 역할만 하는 듯합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발랑틴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말입니다. 또 삽화는 왜그리 촌스러운지 원문에도 같은 삽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독 한국 독자를 겨냥한 듯한 소품마저 눈에 거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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