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8
김초엽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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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감각기관은 참 효율적이죠. 지속적인자극이 반복되면 그걸 그냥 배경 잡음으로 처리해버리니까요. 소음이 지속되면, 소음 자체를 감각처리 기관에서 음소거해버리는 셈이에요. 냄새도마찬가지고요. 아마도 이곳 사람들은 이 냄새의존재를, 그리고 어떤 소리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거예요. 그것과 함께 너무 오래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배경 잡음은 절대 사소하지 않아요. 그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죠. 그리고 때로 그것은여행자의 시선으로만 포착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시선 대신에요."

나는 춤을 추고 또 추었다.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강인해요. 당신의움직임이 나에게 영감을 줘요. 어느 순간부터는한나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말해오기 시작했다.
내가 더는 아름답지도 강인하지도 않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이따금 궁금했지만 그결말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질문도 그만두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유안, 난 아무리생각해도 모르겠어요. 모두 착한 마음을 가지고도우러 온 사람들이었는데, 선의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을 이용하다니. 그들을 비참한노예로 만들다니. 어떻게 그것이………."

"그래서 도울 수 있게 했잖아요. 선의를 베풀 수있게 했어요."

레오는 과격하게 핸들을 꺾었고 유안은 창에 머리를 부딪쳤다. 레오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유안은 몸을 세우며 말했다.

"모두가 므레모사에 그러려고 왔죠. 도움을 베풀러 왔고, 구경하러 왔고, 비극을 목격하러 왔고, 또 회복을 목격하러 왔어요. 그래서 실컷 그렇게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행복한 결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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