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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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사랑하라고, 미워하라고, 두 눈으로 보라고 혹은 눈을 감으라고. 종종, 아니 매우 자주, 이야기가 우리를 올라탄다. 그렇게 올라타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면,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그걸 따른다.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이야기에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추고, 침묵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에 이름을 지어 주고, 그런 다음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신체적 특징만큼이나 스그로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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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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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 일도필요하지만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는 일도 필요하다. 나를계속 열어 두는 연습을 한다. 내가 세상을 궁금해하는 만큼세상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것이다. 정신적 스트레칭이다. 새로운 경험만큼 나는 더 유연해질 것이다. 나이가 더 들면서 점점 조개가 되어 간다 할지라도 의식적으로 자주 입을벌려 세상과 호흡하고 싶다. 세상을 못마땅해하기보다는 끝까지 세상을 선물로 여기고 싶다. 나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늘 실험하고 기꺼이 허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호기심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꼭 붙들고 싶다. 이것이 바로 김선생님과 이 선생님이 그들의 삶으로써 내게 전해 준 가장값진 가르침일 것이다.

과거를 받아들이자. 삶을 의미 있게 해 주는 친구를 사귀고, 타인의 생각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말자. 호기심을 잃지 말고, 자기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사회적·정치적·지적·창의적 작업을 추구하자. 인생에서 모든 것을 최대한 많이, 오랫동안 즐겼으므로 때로는 모든 일을 멈추고 쉬는 한때를 보내자. 내가 끝마치지 못한 일은 다음 세대가 끝마쳐줄 것이다.
부디 120세에 내가 뿌듯한 마음으로 이 글을 보면 좋겠다. 나답게 사는 것이 가장 잘 늙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것은 더 좋아하고 싫은 건 눈치 보지 않고 버리고, 건강염려 없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나이, 나는 늙어 가는시간이 기대된다.

쓰기가 최고의 공부이자 지식 생산 방법인 이유는, 쓰는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쓰기와 실험 외에는 모르는 것을 아는 방법이 많지 않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한 본인이 아는 것을 쓴 글은 "지당하신 말씀"이거나 지루한 글이 된다. 이런 글은 통념의 반복일 뿐이다. 이처럼 쓰기는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버리는 과정이다. 이 깨달음이 긴 세월 동안 내게 위로가 되었다. 계속적인 모색,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을 찾아 헤매는 상태의 지속이 곧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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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취향은커녕 최근까지도 우리는 예술의 존재 이유조차 설명하지못하고 있다. 예술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연계의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효율성과 낭비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예술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 없는 부분에 시간과 노력, 자원을 소비한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어느 문화에나 예술이 존재하며,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 이론가들은 예술이 이토록 널리 퍼진 것이 인류가 자연선택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사실 예술은 짝을 유혹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다윈주의에 부합한다. 예술은 생존의 압박과는 거의 무관하며 여가 시간에 나・오는 부산물이다. 인간이 더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 다니고 먹을 것을 찾아헤매지 않게 되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도구라고 알려진 대뇌를 이용해 상상력을 펼치고 탐구하며 깨어 있는 동안에도 꿈을 꿀 수 있게되었고 신의 생각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은 인간의 자유를 상징하고, 진화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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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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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꼭 버티세요

You may be exhausted from holding things
and be disheartened. And even weep if
you are very emotional. Which could be
anyone on any day. With good reason.
But then there is the next moment
and the next day and
hold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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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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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흥미진진해하던 나는 강사가 구명정에서의식수 공급을 언급하는 순간 마음이 서늘해졌다. 구명정에는 다양한 비상 물품이 구비되어 있고 그중 하나가 눈금 컵이었다. 눈금 컵은 식수를 정확히 분배하는 데 필요했다. 위험이란 사건의 물리적 상황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문제를 함께 발생시킨다는 점을 그제야 실감했다.

오래전 죽은 고래의 흔적과 사라진 활황의 기세, 작살을 든 많은 유럽인이 19세기 중반 증기선을 타고 이곳으로 왔고 1961년 남극 조약이 발효되기까지 남극해에서 고래 180만 마리가 사라졌다. 180만 마리는 떠올리는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살상의 숫자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제 우리가 더 이상 남극해의 고래를 그런 대상으로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기와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한 획득물에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생명체로 바라보게 된 변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작살과 총을 내려놓고 생명에 대한 경이와 사랑을 택한 과정은 인간종이 이루는 이런 마음의 변화가 진보와 발전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혹시 불편해하면 어떡해요, 운동하는데……."
다가가고 싶지만 얼마큼 다가가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성격은 남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배우 김수현을 닮은 LB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편해하긴요,
다들 환영할 거예요" 하며 내가 남극에서 들은 가장 잊을수 없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환영받지 못하면 어때요, 그것도 배워가는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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