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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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치 외국 소설의 번역본을 읽는 듯한 신기한 느낌의 환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비말, 이곳은 어디일까요? LA외곽의 사막일수도, 중동의 어느 시골일수도, 호주의 음침한 황무지일 수도 있는 이런 곳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오금에 땀이 고였습니다(저는 오금에 땀이 고이는 소설을 제일 좋아합니다). 벤나, 오기, 나조... 그들 역시 동양인일수도 백인일수도 히스패닉일 수도 있겠지요. 같은 이야기를 읽어도 독자가 모두 다른 장면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판타지가 될 수도 추리소설이 될 수도 있지요.
책속의 인물을은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고 숨차게 쫒아 다니고 있지만 그 글들은 너무도 느긋하여 더욱 비현실적이고 이야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갈림길, 꼭 살인마를 통해야만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는 핑계는 너무 모호하다. 그러나 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이다. 윤리 의식, 죄책감, 동정심, 인간애 같은 것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냐 묻기도 전에 사람들의 싱존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생존과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는 풍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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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슬쩍 본 도시 코펜하겐 우리가 슬쩍 본 도시
온공간연구소 지음 / 온공간연구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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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업무차 코펜하겐에 다녀왔습니다. 무려 2박 3일이라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틈틈이 여기저기 구경하고 저는 몰래 나가서도 구경하느라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보며 가본 곳을 그리워(?)하고 미처 몰랐던 것도 알게 되니 다시 한번 코펜하겐에 가보고 싶어 졌습니다. 알록달록했던 뉘하운, 햇빛받은 물결이 반사되던 왕립도서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로젠보르크정원,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가득한 쇼핑거리 스트뢰에, 힙한 청년들과 맥주맛이 끝내준 미켈러펍까지 2박 3일의 일정치고는 알차게 구경했습니다. 마침 호텔이 티볼리공원 앞이라다들 피곤하다며 호텔에 들어간 뒤에도 혼자 티볼리공원까지 부수고 왔네요(마침 안에서 덴마크 유명가수가 나오는 축제중이라 정말 신났지요) 당시 업무와 관련된 행사가 열렸던 곳이 도살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책으로 보니 바로 미트패킹지역이었더군요!!!
실은 올해 4월에도 코펜하겐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년으로 미루어졌습니다만 그마저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시한번 간다며 보는 것이 아니라 스미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답답한 와중에 이 책을 통해 다시한 번 좋은 추억을 꺼내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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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이어달리기 - 마스다 미리 그림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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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소소힌 일상에 한껏 행복해하는 마스다 미리의 일상을 읽고 있으면 나도 썩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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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가 : No.1 Love Myself 문장수집가 1
아틀리에 드 에디토 지음 / 어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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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십분이 걸릴 수도 있고 몇일이 걸릴 수도 있는 책입니다. 요즘 자기계발서의 트렌드에 맞추어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말을 모아 둔 책이네요. 찬찬히 훑어 보다보면 나를 막 아껴야겠고 소중하고 그런데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결국은 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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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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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작가님의 소설은 딱 한권 읽어 보았고 그 충격은 대단했습니다(사랑의 생애). “세상에 이런 문장이...!!!”
문장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내용도 놀라운데 너무 어려워 제자리를 빙빙도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성큼 앞으로 나아가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엄청 큰 캣휠을 돌리고 있는 고양이가 되었는데 어디에 튀어 나온 거스르미를 발견하고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걸리고 어느 새인가 그 거스르미를 기다리고 즐기다가 결국은 너덜너덜 해져서 내려온 기분이랄까요? 그런 감상으로 인하여 첫번째 책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지만 다음 책을 읽지 못하였는데 마침 산문집이 나왔다하니 “설마...”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작가님의 강의록 같은 이 글들은 소설가 지망생에게는 참고서가, 독자에게는 작가의 당부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모든 욕망은 매개된 것, 모방된것,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많은 것들, 없으면 불편하고 심지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실은 필요와 상관없이 만들어진것들이다. 필요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것들은, 그러나 만들어진 다음에는 필요와 뗄 수 없는 것, 꼭 필요한 것이 된다.

나 특정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나무의 자태나 골목길에 매달린그러니까 요구할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섣불리 규정하고 넘겨짚고 유형화하고 관성에 넘어지지 않는 것. 벼르고 깨어 있는 것. 집중하는 것. 참여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것.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 모든 것을 지금 처음 접하는 것처럼 대하는 것. 모든 사람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만나고 모든 소식을 처음 듣는 것처럼 듣는 것. 해질 무렵의 하늘이나 특정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나무의 자태나 골목길에 매달린 간판이나 그 간판에 덮인 먼지들이나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바닥의 커피 찌꺼기나, 무엇이든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경이로움을 가지고 보는 것.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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