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은 만우절이기도 하고 80년대 청춘의 대명사 장국영의 사망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검색만해도 금방 알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다들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그의 죽음이 거짓말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아닐까요? 20여년동안의 장국영 팬으로 성덕임을 증명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만 가득해 공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장국영의 팬들이 읽는 다면 무척이나 즐거웠을테고 장국영이 읽을 수 있었다면 더욱 영광이었겠지요.
최근 너무 자극적인 글들을 읽어서 그런지, 너무 오래간만에 순수문학을 읽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참 불안했습니다. 글마다 등장하는 위태로운 여자들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들의 눈빛은 형형하게 밝으리란 생각에 위로가 됩니다. 역시 휘청거렸을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은 ‘문래’를 통해 작품속의 그녀들도, 작가님도, 덩달아 저도 이제는 한 발 내딛을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김혼비 작가님이 ‘아무튼 술’ 북토크에서 밑밥을 던지실 때부터 이 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읽기 시작하고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27페이지부터 육성으로 빵 터져 혼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역시나 유쾌한 작가님에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자 더 흥이 넘치는 박태하작가님까지 더해져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너무 어렵다.너무 재밌다.너무 모호하다.너무 명쾌하다.너무 슬프다.너무 유쾌하다.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이런 시선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무언가 명확한 설명을 듣는 듯 하면서도 내 머리 속에 들어오면 비누방울 처럼 팡팡 터져버려 뭔가 아쉬웠습니다. 번역가님의 말처럼 언젠가는 다시 펼쳐 볼 것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