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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하루키의 소설은 좋지만 에세이는 더더욱 좋습니다. 온갖 간질거리는 말로 치장해 놓은 여행기보다 툴툴거리는 아저씨같은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의 여행기는 큭큭거리며 읽다가도 가끔 서정적으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인터넷도 없고 핸드폰도 없던 시절에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요...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 달리고 부지런히 글을 씁니다. 이 여행기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쓰여진 글이고 일본에서는 언제 출판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출간되어 2004년에 개정판이 나와 있고 제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이 책은 무려 46쇄(2015년)입니다. 지금은 몇쇄가 판매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다른 책은 전 세계적으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로 팔리고 있을 것입니다.
37살의 그는 무언가 달성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불안한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었습니다. 이제 칠순이 다된 그는 어떤 마음일까요? 저는 늘 그가 이리도 궁금하여 그의 책을 기다립니다.
책을 읽고 나니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를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마음과 이탈리아에는 절대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듭니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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