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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평점 :
이승우작가님의 소설은 딱 한권 읽어 보았고 그 충격은 대단했습니다(사랑의 생애). “세상에 이런 문장이...!!!”
문장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내용도 놀라운데 너무 어려워 제자리를 빙빙도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성큼 앞으로 나아가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엄청 큰 캣휠을 돌리고 있는 고양이가 되었는데 어디에 튀어 나온 거스르미를 발견하고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걸리고 어느 새인가 그 거스르미를 기다리고 즐기다가 결국은 너덜너덜 해져서 내려온 기분이랄까요? 그런 감상으로 인하여 첫번째 책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지만 다음 책을 읽지 못하였는데 마침 산문집이 나왔다하니 “설마...”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작가님의 강의록 같은 이 글들은 소설가 지망생에게는 참고서가, 독자에게는 작가의 당부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의 모든 욕망은 매개된 것, 모방된것,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많은 것들, 없으면 불편하고 심지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많은 것들이 실은 필요와 상관없이 만들어진것들이다. 필요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것들은, 그러나 만들어진 다음에는 필요와 뗄 수 없는 것, 꼭 필요한 것이 된다.
나 특정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나무의 자태나 골목길에 매달린그러니까 요구할 것은 익숙해지지 않는 것, 섣불리 규정하고 넘겨짚고 유형화하고 관성에 넘어지지 않는 것. 벼르고 깨어 있는 것. 집중하는 것. 참여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것. 고독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 모든 것을 지금 처음 접하는 것처럼 대하는 것. 모든 사람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만나고 모든 소식을 처음 듣는 것처럼 듣는 것. 해질 무렵의 하늘이나 특정한 방향으로 구부러진 나무의 자태나 골목길에 매달린 간판이나 그 간판에 덮인 먼지들이나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바닥의 커피 찌꺼기나, 무엇이든 마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처럼 경이로움을 가지고 보는 것.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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