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교수님의 글은 읽기 쉽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공부에 대해서도, 정치에 대해서도, 추석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이번 책에서도 정치라는 것은 하나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고, 정치가들과는 평생 만나고 싶지도 않은 저에게 그럴 수 없음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알려주시네요.
교수님의 필력으로 쭉쭉 읽어 나갔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 드립력에 힘을 주시는 것 같아 오히려 지루해져 아쉽습니다.

정치가 어디 있냐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 있고, 태어난 바에야 올바르게 살고 싶고, 이것저것 따져보고 노력해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다른사람과 함께 하려니 합의가 필요하고, 합의하려니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합의했는데도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합의 이행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실천하려니 권력이 필요하고, 권력 남용을 막으려니 자유가 필요하고, 자유를 보장하려니 재산이 필요하고, 재산을 마련하니 빈부격차가 생기고, 빈부격차를 없애자니 자원이 필요하고, 개혁을 감행하자니 설득이 필요하고, 설득하자니 토론이 필요하고, 토론하자니 논리가 필요하고, 납득시키려니 수사학이필요하고, 논리와 수사학을 익히려니 학교가 필요하고, 학교를 유지하려니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일터의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하다 죽지 않으려면 인간다운 환경이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외국이 침략할 수도 있다. 공동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고 쉬운 일은 없다. 이모든 것을 다 말하기가 너무 기니까, 싸잡아 간단히 정치라고 부른다. 정치는 서울에도 지방에도 국내에도 국외에도거리에도 집 안에도 당신의 가느다란 모세혈관에도 있다. 체지방처럼 어디에나 있다, 정치라는 것은.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 아테네 사람들은 공적인 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탈한 사람이라고 존경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간주한다."
정치는 과일 수레를 엎어버리고 싶은 원한이 애당초 생기지 않게 하는 일, 쏟아져굴러다니는 사과를 차근차근 주워 담는 일, 그리고 제풀에무너지지 않도록 사과들 간의 균형을 잘 잡는 일이다. 비록 엎어진 수레를 방관하거나 과일을 밟고 다니거나 등 뒤에서과일을 깎아 먹거나 굴러다니는 과일을 훔쳐 달아나는 이들이 있다고 할지라도.
조선시대의 문인 조찬한(趙續韓)은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사납게 굴지 않았는데도 백성들이 잘 따랐으니 우아하지 않습니까. 얽어매지 않았는데도 백성들이 스스로 복종했으니 단정하지 않습니까. 자리를 맡았을 때는 직무에 충실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는 백성들을 생각했으니, 바탕과 겉멋이 잘 조화를 이루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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