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그 문을 여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연기처럼 올라가 하늘을 흐리게 만듭니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하늘이 내 손안으로 들어왔습니다.이미 저녁이지만, 당신에게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전하지 않은 채로 하루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네요.당신은 나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 세상은 한낱 전쟁터에 지나지 않지요. 사방에는 검은 갑옷을입은 기병들이 득실대고, 영혼의 깊은 곳에서는 칼날이부딪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게아니에요. 연못 옆을 지나는데, 그곳이 수초로 가득 덮여 있더군요. 중요한 건 바로 이런 거예요. 우리가 모든생명의 온화함을 훼손시켜도, 도리어 그 생명은 더욱더풍요롭게 돌아옵니다.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다른 할 일이 있어서요. 서리가 내려앉은 곳에 가야해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를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캐나다에서 약속이 있습니다.음악, 음악의 고독, 고독의 고독과 말이죠. 저는 이제 떠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떠나니, 여러분도 저를 떠나 주세요. 여러분은 저를 사랑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어요. 여러분은 저를 지나치게 사랑합니다. 오히려 저를가두려고 하죠. 제가 있는 곳에, 여러분이 있는 곳에, 검은색 피아노와 붉은 관람석 사이 이 따뜻한 곳에 여러분들과 함께 저를 가두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따스함보다추위가 더 좋습니다. 마음 상하지 말아요. 저는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자랐습니다. 이제 컸으니 다른 곳으로가서 다른 것을 찾아봐야겠어요. 이 사랑만 먹으며 살수는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먹기만 하며 인생을 보낼수는 없을 겁니다. 엽서를 보내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해음반을 만들게요. 이제 공연이 아닌 음반으로만 만나요.제 소식과 북극의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음식보다더 영양가 있는 음식, 음악보다 더 섬세한 음악. 빵의 평온과 포도주의 고요함을 보고 들으실 거예요. 여기저기짧은 메모도 남기겠지만, 가능한 한 그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제 필요한 건 듣기 위해서 연주할 필요가 없는음악이에요. 그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는 돈이 있어요. 여러분의 사랑이 가져다준 재산이지요. 정말 많아요. 이 돈으로 스튜디오를 사고, 장비, 녹음테이프, 마이크를 샀어요. 차가운 눈 아래에 놓인 뜨거운 심장으로,제 빙하에서 백 년은 버틸 준비가 됐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를 보내주세요. 더 이상 연주회는 없습니다. 공연은 끝났어요. 내가 불편했던 것, 그러니까 연주회에서나를 항상 불편하게 했던 것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입니다. 보는 것은 듣는 것을 방해하거든요. 사람들은 한쪽으로는 음악을 들으며 다른 한쪽으로는 음악가를 보거나, 또는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은 왼쪽 둘째 줄에 앉은 아름다운 여성을 봅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할 수 없어요. 두 말을 같은 리듬으로 달리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보면서들을 수는 없습니다. 시각이 우세하지요. 훨씬, 정말 훨씬 강해요. 연주회에는 여러분과 나 그리고 피아노, 이렇게 셋이 있습니다. 음악까지 포함한다면 넷이겠네요.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시끄러워지고, 결국 우리는아무것도 듣지 못합니다. 드러난 어깨 위의 실크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남을 뿐이에요. 캐나다에서는 저를 더는 보지 못할 테니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이 캐나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제가 가는 거예요. 캐나다에는저와 제 피아노 그리고 음악만이 있을 겁니다. 일단은말이죠. 그러다 결국 음악만이 남을 거예요. 피아노도,저도, 어떤 무엇도 중간에 거치지 않은 음악만이요. 나중에 레코드를 들으시면, 제가 오늘 저녁, 떠나는 이 밤에 여러분께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실 겁니다. 안녕히 계세요, 잘 있어요. 고맙습니다. -GLEN GOULD-
‘해외 자유 여행‘이란 멋스러운 단어가 주는 풍족함 이상으로, 내가 그 어려운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리스란 나라에 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더 만족스러운 것이다.내가 나이듦에 있어서 무기력하지 않고 젊은이들처럼 해낼 수 있는 것, 그 긍정적인 마인드와 용기와 자신감을가질 수 있는 것, 노년이기에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함. 그자체에 의미가 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어 의아했는데 드라마화 된 것이 이유였더군요. 드라마를 찾아 보았는데 전에 읽은 책과 많이 다른 것 같아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름이나 에피소드등은 비슷했지만 많은 부분이 각색되긴 했습니다. 당시 꽤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았으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라마 역시 흥미롭지는 않았으나 두가지 모두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느껴졌습니다.
늙고 나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인생이 럭셔리한 게아닐까. 실제로 나에게는 아주 럭셔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마스크 걸이다. 전에 하고 다니던 마스크 걸이가 어느 날 툭 터져서줄에 끼어 있던 작은 구슬들이 천지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다시살까 하다가 알이 좀 작고 느슨하게 끼워진 여름용 진주 목걸이에다 마스크 고리를 걸어서 사용해봤다. 아주 훌륭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언제 여름용 진주 목걸이를 하고 다닐 기회가 자주올 것이며, 그러면 서랍 깊숙이 넣어둔 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나이가 되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바로 그것들을 즐기리라. 럭셔리하게.
사실 젊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혼돈을 겪어야 하는 힘든 시절인지도 모른다. 그 치기와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진료의 탐색 등등. 그런데 말이지 살아보니 아옹다옹하고 잘난체하고 콧대를 세우고 그런 것들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것이다. 관계에서도 이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별 관심이 없어진다. 서로 편한 사이면 좋고 까탈을 부리거나 좀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자식들도 다 커서 독립을 해 나가고 정년퇴직한 남편은 이제 매일 와이셔츠를 다려 입힐 필요도 없어졌다.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도 답답할 사람이 남편밖에는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거꾸로 내가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드디어 내 인생의 숙제에서 해방된 민족인 것이다. 만세!!!!지금 나는 이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산다고 할 수 있다. 아, 물론성질 드러븐 영감탱이 맞추어가며 살기는 쉽지 않지만 그것도 마음만 살짝 바꾸면 문제 될 게 없다. 왜냐, 이 나이에 남편하고 잘 지내면 어떻고 잘 못 지내면 어떠냐 싶은 배짱이 생긴 것이다. 바로그것이다. 이젠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이 생긴 것, 이것이늙을수록 즐거워지는 인생의 비결인 것이다. 잘못 지내면 자기 손해지 내 손해냐? 아이구 어림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