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나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인생이 럭셔리한 게아닐까. 실제로 나에게는 아주 럭셔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마스크 걸이다. 전에 하고 다니던 마스크 걸이가 어느 날 툭 터져서줄에 끼어 있던 작은 구슬들이 천지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다시살까 하다가 알이 좀 작고 느슨하게 끼워진 여름용 진주 목걸이에다 마스크 고리를 걸어서 사용해봤다. 아주 훌륭했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언제 여름용 진주 목걸이를 하고 다닐 기회가 자주올 것이며, 그러면 서랍 깊숙이 넣어둔 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나이가 되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바로 그것들을 즐기리라. 럭셔리하게.
사실 젊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혼돈을 겪어야 하는 힘든 시절인지도 모른다. 그 치기와 터무니없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진료의 탐색 등등. 그런데 말이지 살아보니 아옹다옹하고 잘난체하고 콧대를 세우고 그런 것들이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것이다. 관계에서도 이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별 관심이 없어진다. 서로 편한 사이면 좋고 까탈을 부리거나 좀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
자식들도 다 커서 독립을 해 나가고 정년퇴직한 남편은 이제 매일 와이셔츠를 다려 입힐 필요도 없어졌다.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도 답답할 사람이 남편밖에는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거꾸로 내가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말이 아닌가? 나는 드디어 내 인생의 숙제에서 해방된 민족인 것이다. 만세!!!!
지금 나는 이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산다고 할 수 있다. 아, 물론성질 드러븐 영감탱이 맞추어가며 살기는 쉽지 않지만 그것도 마음만 살짝 바꾸면 문제 될 게 없다. 왜냐, 이 나이에 남편하고 잘 지내면 어떻고 잘 못 지내면 어떠냐 싶은 배짱이 생긴 것이다. 바로그것이다. 이젠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이 생긴 것, 이것이늙을수록 즐거워지는 인생의 비결인 것이다. 잘못 지내면 자기 손해지 내 손해냐? 아이구 어림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