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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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 G. -

"저게 무엇을 뜻하느냐구? 내 가르쳐 주겠구먼. 일을 하랴 너를 부르랴 그만 녹초가 되어 잠들어 버렸을 때, 너를 잃어버려 나는 가슴이 그만 찢어지는 것만 같았당께. 그래서 내사 어떻게 되든, 그리고 뗏목이야 어떻게 되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제. 그러다가 눈을 떠보니 네가 무사히 돌아와 있는 것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당께. 난 너무나도 고마워서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네 발에다 입을 맞출 정도였단 말이제. 그런데 너는 생각한다는 것이 고작, 어떻게 하면 거짓부렁으로 이 늙은 짐을 곯려 줄까 하는 것뿐이었당께. 저기 있는 저 잡동사니들은 쓰레기여. 쓰레기란 말이제, 친구 머리통에다 진창을 잔뜩 발라 놓아 그 친구를 부끄럽게 만드는 인간들이 바로 쓰레기란 말이제."

그러고 나서 짐은 천천히 일어나 인디언 오두막 쪽으로 걸어가더니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그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지요. 나 자신이 한없이 비열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약 짐이 그 말을 철회해 주기만 한다면 짐의 발에다 입이라도 맞추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검둥이한테 가서 내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기로 결심하기까지는 15분이나 걸렸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나는 이 일을 해내고 말았지요. 그리고 나중에 가서도 그에게 사과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이 일이 있고부터는 다시는 그에게 비열한 장난을 치지 않았습니다. 만약 짐이 그렇게까지 마음 상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아마 처음부터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동안 내내 짐은 큰 소리로 떠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자유주에 이르러 제일 먼저 할 일은, 일전 한 푼 쓰지 않고 돈을 모을 것이고 충분히 모아지면 왓츤 아줌마가 살고 있는 데서 그리 멀지 않은 농장에 팔려 간 자기 마누라를 다시 사고, 그러고 나서 자기 부부 둘이서 열심히 일을 하여 아들 둘을 되살 것이며, 만일 주인이 팔지 않는다면 노예 폐지론자에게 부탁하여 애들을 훔치게 할 작정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아빠한테서 무엇인가 배운 바가 있다면, 이런 종류의 인간들과 함께 살아 나가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거라는 겁니다.

"헉, 그렇지만 여기 있는 왕도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제."

"짐, 왕들이란 다 그래. 왕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걸 우리로선 어쩔 도리가 없어. 역사책에도 그것에 대해선 쓰여 있지 않아."

우리들은 짐을 혼자 남겨두고 뗏목을 떠날 때는 그를 묶어 놓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누군가가 짐이 결박도 당하지 않은 채 혼자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도망친 검둥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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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말 장례식 문학동네 동시집 96
김성은 지음, 박세은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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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게시판」

유사비행에 함께할 거미 모집.
목적지는 따로 없음.
내가 아는 것 너머로 나가 보기.
시간과 지평선을 넘어 갈 수 있는 한 멀리!
위험한 여행이 될 것임.
알 수 없는 긴긴날 동안 굶을 테고 하늘엔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새들이 셀 수 없이 많음.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날 수도 산에서 천둥번개에 맞을 수도 있음.
얼음땅을 지나다
꽁꽁 언 얼음과자가 될 수도 불화산을 넘다
바삭한 거미구이가 될 수도 있음.
모든 위험을 뚫고
세상 끝에 무사히 도착한다 해도 얻는 건 단 하나!
그 누구보다
커다란 세상을 알고 있는 거미가 되는 것.
들려줄 이야기가 지구만큼 많은 거미가 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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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편집자의 일과 일상에 대한 짧은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은 편집자였으나 그 누구의 직업을 넣어 보아도 이야기가 될 법 합니다. 큰 사건은 없어도(당사자에게는 큰 사건일 수 있겠지만)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큰 힘이 필요합니다. 그 힘은 가족에게서, 연인에게서, 일에서 조금씩 가져와 쓸 수 있겠지요. 또는 그로부터 힘을 빼앗기는 시간이 생기기도 하지만 미리 쌓아 놓은 힘을 끌어다가 메꿀 수도 있고요.
읽는 내내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고 단단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그저 아무일 없이 살아내는 것도 아무 생각없이 디딛는 그 발걸음 덕분일 것입니다.

석주는 자신이 글쓰기를 포기한 까닭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 좀처럼 따라주지 않던 행운에서, 바쁜 회사생활에서찾았다. 그것이 실은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인정한 건 시간이훨씬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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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리
후지모토 타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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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란 보는 이, 듣는 이가안고 있는 문제에깊이 파고들어서웃기거나 울리는일이잖니? 그럼,만드는 이도 상처를 받아야 공평하지.안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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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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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다려온 구병모작가님의 신작이라니!!! 게다가 장편소설이라니!! 너무 반갑습니다. 사실 작가님의 소설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비하여 장황한 문체라서 가독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문장의 아름다움에 취해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책속에 빠져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그 순간의 저에게 반하고 맙니다. (저를 반하게 만들어 주는 작가님들이 몇 분 계신 덕분에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지요.)

이번 책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있을 법한 이야기로 전해주시면서 등장시키는 매력적인 인물과 수려한 문장에 헤어나오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은 ‘파과‘의 조각과 비슷한 인물이었으나 독서지도사라는 직업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녀를 통해 듣는 독서의 무용함과 유용함에 무척 공감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번 쓰고 나면 되돌릴 수 없게 되고 마는 것은, 비단 딜리트도 리부트도 없던 시절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닐겁니다.

무언가를 초과하고자 하는 마음, 잉여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듭니다.

음악을 듣고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게 절대적인 사실이라면, 학살은 일어날 수없었을 겁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스포츠 경기 종목에서 몸도 마음도 망가뜨리는 약물을 복용하는선수들이 꾸준히 적발되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유독 책을 읽는 자, 책을 읽고 감명받은 자는 으레 극적인 변화를 겪고 거듭나서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감이 마땅하다는믿음은 꽤 오랜 시간 이어져온 듯합니다. 책을 읽고 감명은 감명대로 받고 그것은 그 순간의 더할 나위 없는 진심이자 진실이며, 책을 덮은 뒤 돌아서서 이루어지는 방화 약탈 폭행은 별개인데 말입니다.

독서가 무용하다고 하여 그것을 하지않을 이유는 없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합니다. 대학에 진학할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모든 학생이 중고등학교를 때려치우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책을 읽었다 하여 훌륭한 인간이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때로는 뱀의 몸통을 손으로 붙잡는 식으로 책을 이상하게 읽고서 오히려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인간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보통은 책을 읽고 난 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일어나기 쉬운 일입니다. 무용하면 무용한 대로 다만 이어가는 것, 그것이 읽기 아닐까요. 읽기의 자리에 살기를 넣으면 어떻습니까.

공감? 그저 옳지 옳아 끄덕끄덕하려면 책 같은 거 왜 읽는데. 그러니 네가 이상하다고 느끼는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그 이상함을 제공하는 것이 책의 일이며, 이상함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때론 원인 따위 결국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만큼은 이상해지지 않겠다는 마음에 이르는 것이 읽는 사람의 일이야. 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세상의 코어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희망 내지 사랑만은 아니며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그리고 그 비극을 견디는 게 인생의 거의 전부야. 그렇다면 인생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인생의 목표라는게 다 무슨 소용인지 되물을 필요는 없다. 자연은 우리에게 목표를 부여하지 않았고, 우주는 우리의 의미 따위 알지도 못할뿐더러, 신은 우리에게 별 관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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