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하느님은 이런 식으로 상황을 설정하신 거예요?" 레이철이 물었다. "그들은 주인이고 우리는 노예로요?"
"하느님은 없어, 얘들아. 종교는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하느님은 없어. 그들의 종교에서는 마침내 우리가 보상을 받을 거라고 하지만, 보아하니 그들이 받을 처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더구나. 그래도 우리는 그들 주변에 있을 때면 하느님의 존재를 믿어야 해. 아이구, 주님, 우리는 믿구 이쑴니다, 라고. 종교는 그저 그들이 편리할 때만 신봉하며 사용하는 통제 수단일 뿐이야."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고, 가족이 있으며, 가족을 사랑하지만 가족에게서 강제로 찢겨나간 사람이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써내려갈 사람임을 말하고 싶다.
연필에는 파버FABER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아마 이게 내 성이 될 것이다. 제임스 파버. 그렇게 나쁜 이름 같지는 않았다.
나는 항상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망과 탈출은 같지 않았다. 나도 조사이아처럼 도망쳤다가 결국에는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오고 마는 상황을 반복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해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분명 계획이 필요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자유를 얼마나 원하는가?라고 묻고 솔직하게 답해야 했다. 가족을 자유롭게 해줄 거라는 목표 역시 망각할 수 없었다. 내 가족이 없다면 자유가 무슨 소용일까?
"정말 노예 맞아요?"
"그럼요."
"그리고 흑인이고요?"
노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아는데요?"
"아무도 몰라요."
"그럼 왜 흑인으로 지내요?"
"어머니 때문에요. 내 아내 때문에요. 백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요.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그곳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새미는 이미 죽어 있었어요. 이제 그냥 다시 죽은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자유로운 몸으로 죽은 거죠."
희망은 웃긴 거니까요. 희망은 계획이 아니죠. 실은 그냥 속임수예요. 농간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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