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하느님은 이런 식으로 상황을 설정하신 거예요?" 레이철이 물었다. "그들은 주인이고 우리는 노예로요?"

"하느님은 없어, 얘들아. 종교는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하느님은 없어. 그들의 종교에서는 마침내 우리가 보상을 받을 거라고 하지만, 보아하니 그들이 받을 처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더구나. 그래도 우리는 그들 주변에 있을 때면 하느님의 존재를 믿어야 해. 아이구, 주님, 우리는 믿구 이쑴니다, 라고. 종교는 그저 그들이 편리할 때만 신봉하며 사용하는 통제 수단일 뿐이야."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고, 가족이 있으며, 가족을 사랑하지만 가족에게서 강제로 찢겨나간 사람이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써내려갈 사람임을 말하고 싶다.

연필에는 파버FABER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다. 아마 이게 내 성이 될 것이다. 제임스 파버. 그렇게 나쁜 이름 같지는 않았다.

나는 항상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도망과 탈출은 같지 않았다. 나도 조사이아처럼 도망쳤다가 결국에는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오고 마는 상황을 반복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해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분명 계획이 필요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자유를 얼마나 원하는가?라고 묻고 솔직하게 답해야 했다. 가족을 자유롭게 해줄 거라는 목표 역시 망각할 수 없었다. 내 가족이 없다면 자유가 무슨 소용일까?

"정말 노예 맞아요?"

"그럼요."

"그리고 흑인이고요?"

노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아는데요?"

"아무도 몰라요."

"그럼 왜 흑인으로 지내요?"

"어머니 때문에요. 내 아내 때문에요. 백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요. 그들 중에 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그곳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새미는 이미 죽어 있었어요. 이제 그냥 다시 죽은 거예요. 하지만 이번에는 자유로운 몸으로 죽은 거죠."

희망은 웃긴 거니까요. 희망은 계획이 아니죠. 실은 그냥 속임수예요. 농간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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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핀이 말했다. "들어봐. 조지 발로와 결혼 생활을 10년 동안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나한테 기대되는 걸 언제나 다 할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은 거였어. 이 개념이 나한테 명백한 해방감을 줬지. 우리가 키워진 방식은, 그러니까 부모님이 우리를키운 방식은, 무얼 하든 반드시 옳고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게끔 우리를 길들였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 토끼야. 그거 아니?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의 내적 삶을 꾸릴 수 있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개의치 않는 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루이즈는 그저 지루한 나머지 《월든>을 읽었는데, 어느샌가 소로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의 자기애, 거만한 어조, 너무 당연해서 모욕적일 지경인 충고를 조금씩 내놓는 방식 때문에 여기 어떤 부자가 놀고 있다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소로보다 훨씬 더 지략이 뛰어나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 그저그들은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만큼 품위와 자기 인식이 있을 뿐이다.

이제 주디는 이가 딱딱 부딪히는 것을 막으려고 입을 꽉 다문다. 이렇게 해서라도 강하게 보이기를 바란다. 긴장과 추위 때문에 명치에서부터 떨림이 퍼져나간다. 레이브룩 본부에서는창문에 설치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서, 주디는 8월에도 재킷을 들고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마디라도 언급하는 건, 공개 선언하는 기분이다. 나는 약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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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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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식일지 몰랐어, 그뿐이야." 카헐이 말했다. "그냥 당신이 여기 같이 있고, 같이 저녁을 먹고, 아침에 같이 일어난다고만 생각했지. 그냥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래."

"당신, 여성혐오의 핵심이 뭔지 알아? 결국 따지고 보면 말
이야."

"그래서, 이제 내가 여성혐오자라는 거야?"

"안 주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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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은 층계참에 서서 행복을, 좋은 날을, 즐거운 저녁을, 친절한 말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작별을 어렵게 만들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여자들이란 참."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여자들은 항상 답을 가지고 있다니까요."

"결혼하고 지금까지 소스 같은 거 만든 적 없잖아."

"그거 알아, 빅터 디건? 당신도 만든 적 없어."

어떤 날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울음을 참는 것밖에 없었죠.

그래, 미친 거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마거릿이 생각했다. 때로는 모두가 옳았다. 미친 사람이든 제정신인 사람이든 대체로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자신이 원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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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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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외로우려면, 인간이 아닌 다른 것에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해. 음악이라도 들어. 영화라도 보고, 책이라도 읽어. 드라마도있네. 걷거나, 뛰기라도 해. 인간한테만 매달리면, 답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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