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친구 - 함께하지만 서로의 전부는 아닌, 딱 그만큼의 사이
이다 지음 / 비아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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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님의 오랜 팬으로 그녀의 거친 그림과 시크한 언어와 찌질함(죄송!)으로 포장된 대범함과 섬세함을 사랑랍니다. 그의 여행기를 즐겨 읽었었는데 최근 자연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리시는 것 같아요. 밖으로 눈을 돌리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을 대입해 찾아내는 기술이 탁월하십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정점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고 자기계발서, 처세론, 명상의 책입니다. 밑줄 그으며 읽다 지칠 정도에요.
재가 늘 의아하게 생각하는 점은 내가 남도 아닌 나를 응원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그저 자기최면의 일종 아닌가요? (안 괜찮은 것 뻔히 알면서)스스로 괜찮다하고 (전혀 그럴 힘도 없으면서) 힘내라하며 하루하루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사는 것에 지치는 순간 식물들을 보며 힘을 내는 기분이라니… 사실 그 식물들 원래 살던 그 땅에 놔두면 잘만 살텐데 굳이 이국땅으로 그것도 실내로 끌고와서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끔 맞지 않는 곳에서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맞춰 살려고 애쓰는 나를 응원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늘을 살았으니 생존력 만랩이라고 응원해주는 작가님 글에 용기가 납니다.
이다님!!! 힘빠지지 마시고 그림도 많이 글도 많이 써주세요!

여러 면을 다 알게 되었다고 반드시 더 좋아지진 않는다.
알아갈수록 싫은 이도 있으니까.
하지만 여인초는 그렇지 않다.
거대한 부채파초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 가능성만으로도 기쁨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라면 보통 두세 개의 성격 레이어가 있는 것이이상적이다. ‘까칠한 줄 알았는데 사실 알고 보니 다정한사람이었어! 그런데 깊이 들어가보니 정말 그에겐 어둠이있어!‘ 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사람에게는 레이어가15개, 아니 30개씩이나 층층이 쌓여 있다. 그래서 실제사람은 캐릭터만큼 이해할 만하지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한 두 개의 성격 레이어만 골라서 보여 주려고 한다.

그렇게 나는 인간관계를 다시 만들어나갔다. 어렸을때처럼 동네나 학교에서 랜덤으로 주어진 관계가아니라, 내가 선택한 관계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하나의불편함도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불완전함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나의 불완전함을안다. 마치 하나의 흠도 없는 완벽한 고구마가 있을 수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교체력은 상대적이라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되지않는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사교체력이 더 낮아지기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의 사교체력을 최고로끌어올리기도 한다. 산세베리아가 자신을 환경에 최대한맞춰보는 것처럼 말이다. 산세베리아는 급격한 변화만 주지 않으면 충분한 시간만 준다면 어떻게든 적응을 해 낸다.

나도 노력 한다고 해서 하루 만에 성장 할 수 없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장미는 꺾어도 다시 자라며 시들면 열매를 맺고 내년에 다시 꽃을 피운다. 바라 보는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장미는 그저 장미의 인생을 살아간다. 오로지 그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 일에 모두 원인이 있지는 않다. 때론 그냥 운이 없어서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서 벌어지는 일이 있다. 그럴 때 나를 탓 할 필요는 없다. 저놈이 나쁜 놈 이라고 해도 된다.

그렇게 억지스러운 이별을 하고도, 다시 사람을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적어도 지난 관계에서 했던 잘못다시 하지 않으려 애쓰고, 상대가 내게 끼치는 불편이나불쾌감을 부당히 참지 않는다. 사람은 주식이 아니어서, 손절이 반드시 손해로만 남지 않는다. 안 좋은 기억이오히려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밑천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이루지 못 해도 괜찮다.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의미가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나 자신으로서 완벽한 사람이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원한 ‘완벽함‘은 절대 혼자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를 그렇게 봐주는사람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생각하는 완벽함의 기준은 얼마든지 나와 다를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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