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얼마전에 TV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작가님이 SNS라이브방송까지 하시는 것을 보고 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원래는 드라마로 제작된 ‘아이를 찾습니다’ 만 읽어보려 했는데 순식간에 다 읽고 말았네요.책으로만 읽을 때는 몰랐는데 슬픔과 절망감이 시각적으로 나타나니 그 충격은 몇배가 되더군요. 시청률을 따지는 드라마작가가 작정하고 썼다면 이 이야기가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을 작가의 말이 더욱 깊이 다가오네요.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어제는 잠이 안와 밤새 잡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럴때는 왜 좋은 생각보다 지난 후회와 자책만 생나는지 모르겠어요. 나이를 먹으니 그런 일은 차곡차곡 쌓여 복리로 불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그냥 내 어리석음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이나이 먹도록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주의깊게 살피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이고 어른은 나라의 현재인데 내가 어른으로서 너무 무능하고 어리석어 한심했습니다. 정규교육도 착실히 받고 살았는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인권도, 정치경제도, 문화예술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이런 건 왜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지요?? 사회에서 구경도 못하는 쓸모 없는 것들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요즘 읽고 있는 책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트릭미러’ 와 이 책 입니다. 그녀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 깜짝 놀라버렸습니다. 너무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살아온 시간이 모두 사기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녀들의 환경이 그녀들에게 그런 시각을 만들어 주었을 지 모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나에게도 나만의 방법이 있다고 위로할 방법도 있겠지만 아니, 없습니다. 이리저리 휩쓸리고 휘말리고 떠밀리며 살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사느라 지친 것 같아.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생각한다고 합니다. 조금 더 알기 위해 조금 더 보고 읽어가며 조금 더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양적으로만 풍성한 거품보다 단단하게 굴러다니는 돌맹이가 되고 싶습니다.
4월 1일은 만우절이기도 하고 80년대 청춘의 대명사 장국영의 사망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검색만해도 금방 알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다들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그의 죽음이 거짓말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아닐까요? 20여년동안의 장국영 팬으로 성덕임을 증명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만 가득해 공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장국영의 팬들이 읽는 다면 무척이나 즐거웠을테고 장국영이 읽을 수 있었다면 더욱 영광이었겠지요.
최근 너무 자극적인 글들을 읽어서 그런지, 너무 오래간만에 순수문학을 읽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참 불안했습니다. 글마다 등장하는 위태로운 여자들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들의 눈빛은 형형하게 밝으리란 생각에 위로가 됩니다. 역시 휘청거렸을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은 ‘문래’를 통해 작품속의 그녀들도, 작가님도, 덩달아 저도 이제는 한 발 내딛을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