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다 무게를 달지 못한 두려움까지 더해 이례적인 짐에 깔려버렸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는 결코 교훈적이지 않다. 그것은 가르침을 주지도, 선을 고양하지도, 인간 행동의모범을 제시하지도, 인간이 지금껏 해오던 일들을 하지 않도록 말리지도 못한다. 만약 이야기가 교훈적으로 보인다면 믿지 마라. 전쟁 이야기의 끝에서 희망이 차오름을 느낀다면, 혹은 거대한 폐허 속에서 일말의 올바름을 건진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케케묵은지독한 거짓말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올바름 따위는 없다. 선은 없다.
많은 경우 진실한 전쟁 이야기는 믿어지지 않는다. 믿어진다면 의심하라. 신뢰성의 문제인 것이다. 더러 비정상적인 것이 진실하고 정상적인 것이 진실하지않을 때가 있는데, 왜냐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정상적인 것을 믿게 하려면 정상적인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에서 교훈은, 만약 교훈이란 게있다면, 옷감을 이루는 실과 같다. 그것은 한 올만 고이 골라낼 수 없다. 그 의미를 추출하려면 더 깊은 의미를 헤집어놓아야 한다. 그러면 결국, 정말로, 진실한 전쟁 이야기에 관해 "이런"이라는 말 외에는 할말이 남지 않을 것이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들은 일반화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관념이나 분석에 빠지지 않는다.
"악의 정원이라고. 여기서는 있잖아, 죄란 죄가 다 아주 신선하고 독창적이야."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이 훨씬 더 난해한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은 청년의 시신에 드러난 사실을 조고 입을 헤벌리는 것뿐이었다. 지금도 나는 해결을 보지 못했다. 나는 가끔은 나를용서하고 가끔은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중에는 그 생각에 몰두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때로는, 가령 신문을 읽고 있거나 방 안에 혼자 가만히 앉아있다가 고개를 들면 그 청년이 아침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나는 어깨가 살짝 굽은채 무언가에 귀 기울이듯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내쪽으로 걸어오는 그를 지켜보고, 그는 내게서 몇 야드 안 되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어떤 은밀한 생각에 젖어 문득 웃음 짓고는 도로 안개 속으로 궂이진 오솔길을 따라 가던 길을 계속 가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둘러서서 물속을 지켜보았는데 조금 뒤 누군가 "저대로 놔두고 갈 순 없어" 하고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더니 야전삽을 꺼내 파기 시작했다. 힘들고 질척거리는 작업이었다. 파내는 속도가진흙 메워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듯했지만 카이오와는 그들의 친구였고 그들은 메워지든 말든 그 일을 계속했다.
그들은 카이오와가 안됐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일종의 아찔함, 은밀한 기쁨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살았고, 똥밭에 빨려 들어가는 것보다는차라리 비를 맞는 게 나았고, 모든 게 운과 우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