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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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에게 말하면 고쳐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류를 유지하고 싶다. 불현듯 재생되는 것은 마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와 인간을 마비시키는 그리움 같아서 나는 그것을 흉내 내고 싶다. 감정을 훔칠 수 없으니 베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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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무게를 달지 못한 두려움까지 더해 이례적인 짐에 깔려버렸다.

그들은 저희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다녔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는 결코 교훈적이지 않다. 그것은 가르침을 주지도, 선을 고양하지도, 인간 행동의모범을 제시하지도, 인간이 지금껏 해오던 일들을 하지 않도록 말리지도 못한다. 만약 이야기가 교훈적으로 보인다면 믿지 마라. 전쟁 이야기의 끝에서 희망이 차오름을 느낀다면, 혹은 거대한 폐허 속에서 일말의 올바름을 건진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케케묵은지독한 거짓말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올바름 따위는 없다. 선은 없다.

많은 경우 진실한 전쟁 이야기는 믿어지지 않는다.
믿어진다면 의심하라. 신뢰성의 문제인 것이다. 더러 비정상적인 것이 진실하고 정상적인 것이 진실하지않을 때가 있는데, 왜냐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정상적인 것을 믿게 하려면 정상적인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에서 교훈은, 만약 교훈이란 게있다면, 옷감을 이루는 실과 같다. 그것은 한 올만 고이 골라낼 수 없다. 그 의미를 추출하려면 더 깊은 의미를 헤집어놓아야 한다. 그러면 결국, 정말로, 진실한 전쟁 이야기에 관해 "이런"이라는 말 외에는 할말이 남지 않을 것이다.
진실한 전쟁 이야기들은 일반화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관념이나 분석에 빠지지 않는다.

"악의 정원이라고. 여기서는 있잖아, 죄란 죄가 다 아주 신선하고 독창적이야."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이 훨씬 더 난해한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은 청년의 시신에 드러난 사실을 조고 입을 헤벌리는 것뿐이었다.
지금도 나는 해결을 보지 못했다. 나는 가끔은 나를용서하고 가끔은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중에는 그 생각에 몰두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때로는, 가령 신문을 읽고 있거나 방 안에 혼자 가만히 앉아있다가 고개를 들면 그 청년이 아침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나는 어깨가 살짝 굽은채 무언가에 귀 기울이듯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내쪽으로 걸어오는 그를 지켜보고, 그는 내게서 몇 야드 안 되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어떤 은밀한 생각에 젖어 문득 웃음 짓고는 도로 안개 속으로 궂이진 오솔길을 따라 가던 길을 계속 가곤 한다.

다른 사람들은 둘러서서 물속을 지켜보았는데 조금 뒤 누군가 "저대로 놔두고 갈 순 없어" 하고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더니 야전삽을 꺼내 파기 시작했다. 힘들고 질척거리는 작업이었다. 파내는 속도가진흙 메워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듯했지만 카이오와는 그들의 친구였고 그들은 메워지든 말든 그 일을 계속했다.

그들은 카이오와가 안됐다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일종의 아찔함, 은밀한 기쁨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살았고, 똥밭에 빨려 들어가는 것보다는차라리 비를 맞는 게 나았고, 모든 게 운과 우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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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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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서 해방되고 싶다는 욕구를 그들에게서 빼앗아서는 안 됩니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에는 남자는 이런것, 여자는 이런 것이라는 규칙이 정말 많아요. 외모도마찬가지죠. 어릴 때부터 그런 사회에서 자란 사람이 자기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착각하고 동그랗고 커다란 유방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나는 성정체성장애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치료해야 하는 건 소수를 배제하려는 사회죠."

BRIG혈액형 성격 진단을 믿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은 사람은 A, B, O, AB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일상에서 혈액형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거의 없다. 혈액형이 달라도 인간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실은 네종류만으로 인간을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성염색체에 사로잡혀 있을까. XX든 XY든 혹은 그 이외의 것이든 사람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
‘긴도‘는 그런 의문에서 만들어진 극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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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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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에세이만큼이나 재미있기는 합니다. 시트콤의 한 시즌을 보는 것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본인의 테두리 밖을 벗어난 글이 없어 아쉽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아닌 그녀가 만드는 세계의 글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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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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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든 용접공 청년이라는 소개가 있지만 그가 용접봉을 놓지 않길 바랍니다. 그의 글은 쇳물을 달구고 용접봉으로 쇠판을 붙이는 힘에서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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