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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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먹으려고 강냉이 넣고 불도 때우며 한없이 빙빙 돌렸는데 어디서 샜는지 압력이 하나도 안올라가서 그냥 단단한 강냉이 그대로 나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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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다녀왔습니다
신경숙 지음 / 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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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고 있는 요가원에 비치되어 있는 잡지에 작가님의 글이 연재되어 관심을 갖고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연재는 끝났지만 언젠가는 책으로 묶일 것이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었지요.
저 역시 이르지 않은 나이에 요가를 시작하여 4년동안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성취감에 뿌듯한 마음으로 요가생활을 했으나 점점 정체되고 실패하는 상황에 무너지기도 하지요. 이제는 그저 움직일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는 나는 어느 부분이든 모자람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니 요가를 통해 그저 오늘의 나를 견디고 만들며 살아갈 뿐입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나의 요가 자세들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고 나의 몸도 지금보다 더 많은 통증 앞에 던져질 것이며 나의 글쓰기도 지금보다 더 고독해질 것을 예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래서, 다음 시간을 더 차갑고 더 온화하게 껴안게 될 것도 같습니다.

요가를 조금만 더………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선을한 번씩 꾸준히 넘어갔으면 나는 지금 하누만아사나도 잘할 수 있게 되었을까? 의자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으며 여기까지만, 하고 거기까지 가고 다시 여기까지만, 하면서 다시 거기까지 가며 계속 한 문장씩 더 쓰고 더 쓰고 하면서「새야 새야」를 완성시켰듯이.
어쩌면 나에겐 하누만아사나란 자세가 체형적으로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겠으나 나는 이거밖에는 안 된다고 미리 생각하고 거기에서 늘 멈추었다. 그 한계를 넘어가려면 수축된 근육이 이완되는 통증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한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야, 생각하며 멈췄다. 언제나 거기에 멈추어 있다보니 세월과 함께점점 멈추는 시점이 더 빨라졌다.
한계를 넘어가보려 하지 않았던 사람 앞에 당도한 당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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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기억의 뇌과학 - 인간의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가
리사 제노바 지음, 윤승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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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85세의 당신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시라. 어떤모습일까? 85세 노인들 중에서 둘의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다. 당신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돌보는 보호자로 살고 있을 것이다."

생각나지 않던 단어는 언젠가떠오르게 마련이다. 잠시도 그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면, 검색을 하면 된다. 창피한 일도 비난받을 일도아니다.
많은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 있을 때마다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면 문제를 더 키우게 되고 이미 약해져가는 기억력이 더 망가질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마치인터넷 검색 서비스가 기억력을 망치는 첨단 목발 같은 것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것은 근거 없는 믿음이다. 토니 소프라노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을 검색해본다고 해서 내 기억력이 약해지는 일은 절대 없다. 마찬가지로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혼자 힘으로기억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써봐야 기억력이 좋아지지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기억력을 위해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뛰어난 기억력을 원하지만 모든 부담과 공로를 온전히 기억에만 돌릴 수는 없다. 기억체계가 최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과 정보삭제가균형을 이루도록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기억이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능력은 모든 것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유용한 정보만을 남기고 나머지는버리는 것이다. 신호를 저장하고 소음은 제거한다. 잊는 능력은 기억하는 능력만큼이나 꼭 필요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나중에 기억해야 할일을 미리 적어놓는 것은 약하다는 증거나 부끄러워할일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현명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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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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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작가님의 책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다들 너무 착합니다. 모자란 환경에서 부족한 조건으로 남이 부러워할 만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가지지 못한 상황인데도 그저 착하고, 거기다 또 착한 사람을 만나서 착하게 사는 이야기… 뻔하기도 답답하기도 하지만 한편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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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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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쪽지를 뒤에 감춘 단정한 손.
사실 책의 내용도, 작가의 이력도 전혀 모르고 표지에 반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은 역시 몰래 받은 쪽지처럼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게 되는 내용이었지요. 이야기 자체로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그것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문체는 서늘하고 뜨겁고 날카롭다못해 츄츄로(책을 읽으시면 알게 되는 이름입니다)한방 맞을 듯한 충격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미상작가님의 다른 책도 기다리겠습니다.

규가 보기에 반말은 관계를 무리하게 좁혔다. 사람들은 예의가 없어서반말하는 게 아니라 반말을 하고부터 예의를 잊었다.
멀리서 정중히 목인사를 하던 사람도 남의 콧구멍에손가락을 넣게 되는 것이다.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묻고바라면 안 될 것을 바랐다. 그러니까 말을 놓지 않았다

예전부터 초롱은 궁금했다. 삶에 어떤 위기가 닥쳐야 소극성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과연 나라는 사람이 설사가 나온다고 화장실에서 앞사람을 밀칠 수 있을까? 배우자의 불륜 상대에게 물을 끼얹거나, 의료 사고로 가족을 죽게 한 병원앞에서 일인 시위를 할 수 있을까? 자의식을 이기는 시련이란 무엇일까?

"작년에 자기랑 나랑 인도 다녀왔잖아. 그게 얼마나큰 특권인지 몰라? 안전 이슈에서 남자는 무조건 입을닫아야 해. 그럼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우리 다 그 자리에 있지 않았냐고. 우리 다 평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겁에 질리지않느냐고. 맞아, 무서워. 너희가 문을 못 닫게 해서 더 무섭고 더 미치겠어. 하지만 여자들의 두려움은 우리의 것과 질적으로 달라." 안파 쪽 남자가 잠시 멈춰, 여성동지들의 얼굴을 벅찬 마음으로둘러봤다.
"우리의 공포는 여기, 이 사무실에 국한돼. 우리는사무실을 떠나며 공포도 두고 가. 하지만 여자들은 공포를 간이나 췌장처럼 몸에 지니고 다녀. 떨구고 갈 수없어.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우린 사무실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여자들에게 사무실 밖은 사무실 밖 나름의수천 가지 평대가 피어나는 또다른 사무실인걸. 여자들의 두려움에는 역사가 있어. 켜켜이 쌓인, 뭐랄까, 지층적 두려움이라고나 할까? 우리의 얇고 호들갑스러운 두려움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나도일하고 있으니까. 처지 노동중이니까. 존재 노동중이니까. 저 사람들, 내 덕에 달콤한 단차를 느낄 수 있어.
베풀 수 있어. 언제나 베푸는 쪽이 베풀어짐을 당하는쪽보다 나은 법이지. 누군가 또 한 병의 - 수진이 사지않은 와인을 땄다. 나는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누구에게도 아무것에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야…………

돈빵을 못 하면 몸빵을 하세요,아, 미운 사람, 잽!
잽! 몸빵을 못 하면 맘빵을 하세요, 아, 미운 사람,원!
투! 미운 사람, 아, 미운 사람. 얄미운 사람들.
수진은 안평대전을 뒤집어놓을 수도 있었다. 안전과평등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럴 수 있었다.
당신들, 근데 왜 나 설거지 못 하게 해? 설거지 당번은정하면서 왜 어미새 당번은 안 정해? 돈빵이 몸빵보다, 몸빵이 마음빵보다 쉽다는 걸 왜 몰라? 감정 노동이, 마음으로 때우는 것이 제일 어렵다는 거, 몰라? 아님 모르고 싶어? 왜 옆에 안 앉았었어? 웃지 마. 그치?맞지? 너도 사실 무서웠지? 안쓰러워하지 마.신나지 마……

수진과 얼굴들이 육교에서 뛰어내려와 사무실을 향해 달린다. 걷는다. 점점 느려진다. 셋 다 죽도록 피곤하다. 얼굴들이 포대 자루처럼 질질 끌려온다. 길바닥에 물똥이 길게 이어진다. 사무실은 언제나 아득히 멀다. 수진은 믿을 수 없다. 오늘 집을 나와 한 일이 이십분 동안 지하철을 탄 게 다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의구심이 든다. MSG는 처음부터 남자를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나, 남자 죽일 거요, 말만 해놓고 자신도 자신의 맹세를 믿지 못한 것이아닐까? 봤죠? 나, 하긴 했어요, 결과야 어찌되었든 간에…… 식의 소시민적 예의바름! 당신은 그런 부류가되고 싶은가? 남자를 죽이기로 해놓고 여자를 죽이는,
아버지를 때리고 싶지만 어머니를 패는, 영원히 하향지원하는, 제발,
쥐겹다!
쥐꼬리만한 야심들!

신실한 벗으로서당신께 요청하나니, 이 말을 기억할 것.

적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이다.

"너희는 클 거야. 자랄 거야. 그럼 너희도 다른 사람의 가슴을 찢어놓을 수 있어. When I was a child, I used to talk as a child, think as a child, reason as achild; when I became a man, I put aside childish things. 어릴 적의 일은 뒤로하고. 우리는 죽는 날까지죄의 항상성을 향해 나아간단다."

당신도 말의 시간차공격을 당하는가? 나는 요새 자주 말의 시간차공격을 당한다. 오래전에 들은 별것 아닌 말이 멀쩡히 몸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내장을 찢는다. 그러면 나는 시간차공격을 당한 배구 선수처럼 속수무책이다. 상대편 공격수가 뛰어서 나도 뛰었는데,
어느새 공격수는 사라지고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다음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려넣는 것 같다. 말의 강타. 나는 그저 당할 뿐이다. 도끼날 아래 장작처럼. 게다가배구와 달리 말의 이차 공격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후에 비로소 시작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남이 나에게 했던 말 때문에 잠을 이루지못했다. 무색무취였던 말이 뒤늦게 악취를 풍겨 때늦은 앙심을 품게 했다. 그러다 다행히 계속됐다가는유치원 시절 문방구 아주머니를 수소문해 칼을 들고찾아가게 된다-점차 내가 남에게 했던 말 때문에 괴롭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은 오묘하다. 오묘하게 치사한 것이다.
분명 내가 남에게 한 악담인데 마치 내가 들은 악담처럼 느껴진다. 과거로 돌아가 이번에는 내가 상대가 되어, 어린 내가 하는 나쁜 말을 꼼짝 못하고 듣는 것이다. 내가 한 말에 나 자신이 상처받는 격으로-오, 몹쓸중년이여, 거지같은 회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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