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그 유명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한번도 읽지 않았었습니다. 왠지 촌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영화의 쟁쟁한 캐스팅 덕분이었는데요, 이런 배우들이 출연할 정도의 작품이라면 정말 굉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때문이었지요. 이야기는 단순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약간 촌스럽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사건을 모두 일아버린 후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져버렸습니다.하지만 제일 아쉬웠던 점은 책의 오타였습니다. 제가 읽은 책이 2017년 7월에 나온 1판 5쇄본이었는데 아니 오타가 있어도 재판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그런데 난 사실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입장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비판하는 건 쉬워요.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상식을 잣대삼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인간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순간에 놓이면 존엄성과 도덕, 상식을 지키는 건 소수의 몫이 되요. 내가 그런 환경과 역사를 통과했다면 똑같이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뭔가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지내온 인생에서 운이 좋았던 순간과 운이 없었던 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 동감하게 되었다.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과 싸워온 세월들이다.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부와 권력과 행복이 뒤따라 오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고 머리가 나쁘다고 해서 밑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소소한 발견의 재미를 알아가는 것도 지혜라고 하겠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인생은 좋았고 , 때로 나빴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