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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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녀의 일상이며 여행이고 사랑이며 투병입니다.

전신에 체모가 없는 매끈한 몸 때문에 그는 나를 ‘나의 인어 아내’라고 불렀다. 가슴에 혹처럼 나온 카테테르는 ‘여분의 뼈’가 되었다.

우리의 만남이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었다면, 우리의생존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자주, 특히 간조 때 트루빌의 해변을 따라 긴 산책을 하면서, 그녀도 나도 이곳에 있어서는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곁에서 걷고 있는 이 여자를본다. 언니의 죽음에 종속되어 탄생했던, 한동안 생이 위태로웠던, 이토록 생생하게 살아서 웃고 있는 이 여자를. 이상한 느낌이다. 무중력 상태의 유령이 된 것 같은, 우연한 관객이 된 것 같은.

같은 달에 M의 책을 펼쳤다가, 젊은 여자가 어린아이와 나이든 여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 젊은 여자 가 그의 전 부인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 요했다. 관계 초반에 M은 그녀에 대해 "몸은 예쁜데 얼굴 은 그저 그렇다"라고 말했었다. 이 사진들 앞에서 내 첫 번째 반응은 승리감이었다. 그녀의 코, 턱, 디테일한 부분들을살피며 말했다. "그런데 이 여자 못생겼잖아!" 그리고 그 여자를 완벽한 이미지로 만들어내서 스스로 열등감을 느낀 나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 뒤로는 슬픔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게 최악은 이런 못생긴 여자를 M이 사랑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게는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나는 차라리 그녀가 아름다웠으면 했다. 그 여자를 향한 그의 애착이 평범하면서도 객관적인, 외모라는 이유로 설명될 수있을 테니까.
나는 감정의 언어를 믿으면서 사용할 줄을 모른다. 시도를 해봤지만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것은 사물의 언어, 물질적인 흔적의 언어, 가시적인 언어다. (그 언어들을 단어로, 추상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을 멈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사진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것이 그의사랑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 아니라, 명백한 것들 앞에 서, 사진을 구성하는 물질적인 증거 앞에서, 내가 절대 답을찾을 수 없는 그는 나를 사랑할까?‘라는 질문을 피하는 방법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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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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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꼭지를 끝냈다. 제목을 뭐라고 붙이나. 자고 나면 생각이 나겠지. 밤이 선생이다.

이러다 유신 시대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 어느 젊은 문인이 말했다. 애들 이 자라는 것을 보면, 한번 일어선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기지 않는 다. 무릎이 자주 다치긴 하지만,

루소는 어느 나이나 다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 나이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때문에. 그러나 어느 나이에나 욕망이 있다는 것은 어느 나이에나 그 나름 의 즐거움이 있다는 말, 늙어가며 제 나이의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젊은 세대를 욕하게 되는 듯도.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다고 말한 사람이 60대 이상에서 65%였다고 한다. 늙으면 모든 것이 지겨워지는 법이지. 이어서 치매가 오고 저 자신이 지겨운인간이 되게 마련이지. 좀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나이든 사람 옷 입기와 어린애 이름 짓기는 같은 법칙을 따른다. 산뜻하게그러나 튀지 않게.

내 책 제목 밤이 선생이다‘는 프랑스의 속담 "La nuit porte conseil"를 자유번 역한 말이다. 직역하면 "밤이 좋은 생각을 가져오지"라는 말로 어떤 고민에 빠진 사람에게 한 밤 자고 나면 해결책이 떠오를 것‘이라는 위로의 인사다.
책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서문에 약간의 암시가 있고, 밤의 예찬에 해당하는 글이 한 편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강연에서는 자주 이 이야기를 했다. 밤은 내게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준 선생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른 사람들은 산을 훼손하는 일이 많다. 힘들여 산에 오른 사람은 산을 경외하는 마음이 생기지만 쉽게 오른 사람은 산을 가볍게 보기 때문이다. 기계의 힘을 빌린 사람들은 기계의 힘과 자신의 힘을자주 혼동한다.

포천 작업실에 왔다. 바람 끝에 가을 기운이 느껴진다. 계절은 속일 수 없다고 말했더니, ‘속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옆집 화가가 현명하게 말한다.

어느 나이가 되면 독서도 근면성이나 학구열 외에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현실의 가혹함을 받아들이고, 자기를 무너뜨리고 개조할 준비가 필요하기에..

아이를 나무라면 아이의 기가 죽는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받들어주어야 만 살아 있는 기를 기라고 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기는 떳떳함에서 온다.

나 죽은 후에 미래가 어찌되건 무슨 상관인가. 그러나 그 미래를 말하는 나는 살아 있지 않은가. 좋은 미래가 나 죽은 다음에야 온다고 해도 좋은 미래에 관해 꿈꾸고 말하는 것은 지금 나의 일이다. 그것은 좋은 책을 한 권 쓰고있는 것과 같다.

일상의 삶에도 기적이 많다. 동시대를 같이 사는 누구의 시를 읽게 되었다는 것도 기적이고, 멋진 사람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는 것도 기적이다. 그러 나 식민지와 독재 국가에는 기적이 없다. 제 삶을 제 의지로 살고 있을 때만기적이 기적이다.

분노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노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사용법도 알아야 한다. 분노에 먹혀버린 나머지, 누가 무슨 말을 하건 이해하려고 하기도 전에화부터 낸다면, 분노를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하기 어렵다.

사치도 우리의 영혼이 요구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사치에 대한 욕구는 보들레르식으로 말한다면 인간 정신의 불멸성에 과천즈거다. 이런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생존 밖으로 넘치는 것이 하나라도있어야 삶이 삶이다. 하다못해 연필이라도 좋은 것을 사서 써야 한다.

분리와 제외의 의식이 위험한 것은 제외되는 사람과 제외시키는 사람을 모두 울타리에 가둔다는 것이다. 어떤 나이든 문인들은 젊은 문인들의 혼란을말하면서 자신들의 무능을 위로할 뿐만 아니라 그 무능 속에 갇힌다. 정치의 좌파 논란도 그렇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얼굴과 방심할 때의 얼굴이 같은 사람들이간혹 있다. 혼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데, 인정 욕구 어쩌고 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소리도 없다. 말은 언제나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옳으냐 그르냐이고, 생산성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자유롭고 평등하고 건강한 미래에 대한 소망도 예술적 재능과 같다. 자기안에 타고난 에로스를 끌어내어 이 세상에서 빛나게 하려는 열정을 지녀야하고 그 열정을 또한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매혹적이고 섹시하다.

정치인과 우리의 관계가 계약 관계라는 것을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 민주주의 시작이다.

민주 사회라고 해서 어떤 말이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겨 범죄가 된다면 그 말도 범죄가 된다. 그 행동이 파렴치하다면 그 말도 파렴치하다.

작은 수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가 무한정 친절할 필요는 없겠다.

겸손이란 혼자의 힘으로는 못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때 가장중요한 협조자는 시간이고 역사다. 삶이 내 세대의 생명으로만 끝난다면 나는 신중하게 살지 않을 수도 있다. 삶이 미래에도 속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에 나는 여기서 힘도 얻는 것이다.

누구를 칭찬하는 것이 누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 칭찬받을 일이 있다. 삶은 다양하고 그 가치도 다양하며, 서로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삶이다.

잔인함은 약한 자들에게서 나올 때가 많다. 세상에는 울면서 강하게 시자가 많다.

궁지에 들었을 때 살아나오는 길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줄기차게 하는 것이다.

사랑이 화학 반응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이아몬드의 성분이 탄소라고 해서 그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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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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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부끄러웠던 어느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가끔 그 시간을 회상하며 홀로 부끄러움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내는 일, 글로라도 쓰는 일(혼자만 보는 일기장에라도..)은 절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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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인류 -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를 탐험하다
이욱정 지음 / 마음산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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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팟캐스트에 나오신 피디님의 영업에 당했습니다. 역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은 영상으로 제일 표현을 잘하시는 걸까요? 문장은 왠지 이상하고 수록된 사진도 내용과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문장을 읽으며 영상을 상상해야하는 제 능력이 부족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제본이 너무 이상하여 읽기 힘들었습니다(문자 그대로 ‘힘듦’ 그 자체 입니다) 적어도 치킨한쪽은 먹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책을 읽는데 반드시 두손이 다 필요하며 뒤쪽으로 갈수록 손에는 힘을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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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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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페소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김한민작가님의 이름을 보고 선택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김한민 작가님이 페소아를 전공한 학자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글쓰는 일러스트레이터로만 알고 있었지요. (표지 그림도 김한민 작가님이 그린 줄 알았을 정도 입니다)
그래서 처음 책장을 넘길 때 예상외의 내용이라 과연 끝까지 읽을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놓을 수 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이고도 미스테리한 인물은 처음 만났습니다. 요즘말로 하면 ‘뭐 하나 끈기있게 해내지 못하는 4차원 다중이’일 뿐이지만 그의 무심한 매력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페소아에게 매료되는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이명이다. 페소아와 관련된 대중 행사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늘 이명에 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페소아‘라는 말이 포르투갈어로 사람을 뜻한다는 점, 그 어원인 페르소나가 가면을 의미한다는 점, 문학적 정체성이 여럿인 사람이 하필이면 그리 흔하지도않은 이 성을 타고났다는 기막힌 우연, 또한 페소아를 프랑스어로번역하면 ‘페르손느_personne’가 되고 이는 아무도 없음.nobody‘을 뜻하기도 한다는 점 등이 더해지면, 이 이야기만으로도 문학 애호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페소아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채 이명이라는 아이디어만 듣고 그에게 빠져버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 그 매력은 부정할 수가 없다.

"여행은 무엇이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모든 석양은 지 .
일 뿐인데 그것을 보러 콘스탄티노플까지 갈 필요는 없다. 여행을하면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나는 리스본을 떠나 벤피카Benfica(리스본 근처의 외곽 도시)에만 가도 자유를 느낀다. 리스본을 떠나 중국까지 간 어느 누구보다 강렬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내 안에 자유가없다면 세상 어디에 가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불안의 책,텍스트 138) 그는 여행의 무용함을 단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행은 정신의 활동력이 낮은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가차 없이 펌하한다. "여행은 느낄 줄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1행 책자는 경험을 풀어놓은 책으로서 항상 부족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여행기의 가치는 글쓴이의 상상력에 비례한다. (…) 우리 모는 내면을 들여다볼 때를 제외하고는 다 근시안이다. 오직 꿈을때에만 제대로 볼 수 있다." (『불안의 책』, 텍스트 123)

능과 감만약 이상하고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면, 한 사람의 지는수성이 똑같은 생각에 정주해서 유지되는 것, 항상 자기 자신과 이관성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의 끊임없는 변화는 우리의 몸에도 해 당되고, 고로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떻게, 만약 병이아니라면, 어제 했던 생각을 오늘도 똑같이 하기를 원하는 비정상성에 어떻게 빠지며, 그것이 어떻게 재발될 수 있겠는가, 오늘의 두뇌가 이미 어제의 두뇌가 아닐 뿐은 물론, 오늘이라는 날조차 어제와는 다를진대? 일관성이 있다는 것, 그것은 병이고, 어쩌면 격세유전이다.
(…) 현대적인 두뇌와, 장막 없는 지성, 그리고 깨인 감수성을 갖춘사람이라면, 하루에도 수차례, 생각과 확신에 변화를 가할 지적 의무를 가지고 있다. 종교적 신념, 정치적 의견, 문학적 편애를 가져 서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종교적 감각, 정치적 인상, 문학적 감탄 에 대한 충동을 가져야 할 것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생전에 출판된 산문들Prosa Publicada em Vidas,

네가 꿈꾸는 사람을 커다란 벽들로 둘러싸라.
그러고 나서, 대문의 쇠창살을 통해
정원이 보이는 곳에다, 가장 유쾌한 꽃들을 심어라.
너란 사람도 그렇게 여기도록.
아무도 안 보는 곳에는 아무것도 심지 말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처럼 화단을 꾸며라,
남들에게 보여줄 너의 정원
눈길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그곳에.
하지만 네가 너인 곳, 아무도 안 볼 곳에는,
땅에서 나는 꽃들이 자라게 놔두어라.
그리고 잡초들이 무성하게 놔두어라.

너를 보호된 이중의 존재로 만들어라,
그래서 보거나 응시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도록, 너라는 정원 이상은 ...
속마음 모를 겉치레 정원,
그 뒤에 토박이꽃에 스치는
너무 초라해서 너조차 못 본 풀....
- 1935년 9월 추정(『나의 시』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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