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열심히 산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8
김화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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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날갯짓이 서툰 비둘기
밤눈이 어두운 두더지
일머리 없는 일개미
비린내에 비위가 약한 물살이
쌉싸름한 맛을 좋아하는 꿀벌 등..
이렇게 뭔가 어긋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자들이 분명 있을지도 모른다는…

제목만 보고는 열심히 나쁜 짓을 일삼는 악마를 만나리라 기대했지만 나쁜짓에는 영 소질이 없는 귀여운 악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일러를 사랑하니 몸과 마음이 따듯할 수 밖에 없는 악마Z. 가영의 몸을 빌려 가영을 다시 살고 싶게 해주고 종현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할 용기를 주고 사라진 Z가 악마로서는 소질이 없어도 천사의 심장은 없어도 귀엽기만 합니다.

악마 Z는 바이러스를 퍼뜨린 게 어떤 악마일지 상상해 보았다. 나라면 이런 스케일 큰 짓은 못할 거야, 하고 몸을 조금 떨기도 했다. 씨앗은 악마에게 있었겠지만 매개는 인간이었겠지. 어느 멍청이 같은 인간이 악마에게 홀라당 속아 넘어가 이토록 어마 무시한 짓을 벌였는가궁금하기도 했다. 

인간 몸의 70퍼센트가 물인 거 아시죠? 엄청 단순한 존재같은데 사는 일은 너무너무 복잡해요. 재능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고 성공도 해야 하고 시기 질투 비방도 해야 하고, 친구랑 싸우기도 해야 하고 울기도 해야 하고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설득도 해야 하고, 단순한 주제에 너무 복잡하게 뭘 해야 하잖아요. 그게 도저히 납득이안 돼요. 귀찮아요.

요즘은 사람을 죽이지 않고 영혼을 죽이는 일이 유행이었다. 예전엔 말 그대로 총과 칼로, 몸싸움으로 주먹다짐으로 상처를 입히고 목숨과 재산을 빼앗았는데, 이젠 훨씬 정교하고 교묘해졌다. 사람들은뭘로 사람을 쳤는지 모르게 사람을 쳤고 뭘 빼앗긴 줄도 모르는 사이에 빼앗겼다. 그러다가 죽어갔다. 얼핏 자연사, 병사인 것처럼 보여도 악마의 실적으로 적혔다.

저렇게 살면 어떨까? 악행에 아무런 관심이 없이 누군가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뒤집어놓고 박박 긁고 조이게 하지 않고, 비실비실 웃고 조롱하거나아닌 척하며 한 방 먹이고 정신 나간 듯 빈정거리거나 정의롭고 객관적인 척하며 누군가의 멘탈을 뒤흔들지 않고 그저 이렇게 보일러의 온기가 흐르는 곳에서 조용히 내가 좋아하는것에 집중하며 살면? 악마 Z는 흔들렸다.

z 씨, 너무 열심히 살지 마세요.

일을 많이 벌이면, 불행을 퍼뜨리면 퍼뜨릴수록 사람들 틈바구니에 아귀다툼이나 마녀사냥을 일으키면 그 소음이 극에 달할 때, 그 불행의 폭죽 속에서 새끼 악마가 태어나.

전체적으로는 엉망인데 순간순간 박장대소할 뿐인 것이 인간의 삶이로구나, 악마 Z는 생각했다. 일하러 가서도 전단지를건네며, 요구르트를 건네며 그 꿈을 종종 떠올렸다. 하루하루는 이렇게 재미없는데 그 하루 중에서 30초 정도 웃는 게 인간인가. 30초의 웃음으로 굴러가는 삶. 

그러나 악마 Z가 지독하고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를 모조리 좋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악마 Z가 『바다와 독약』을읽을 때 생체 실험 장면을 펼쳐 가영의 코앞까지 들이대고는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야 이놈들 좀 봐, 진짜 독한 놈들이라니까, 인간은 이런 시대를 어떻게 살았던 걸까, 정말 독하고………… 독해..... 이놈들은 보통 아니야 진짜... 비위도 야망도 저세상급이야.... 하고 넌더리를 내어서 가영이 오히려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Z 씨도 그런 건 싫군요?

아와 밤에누운 자리에서 소리 없이 항변했다. 유명한 게 뭐 그렇게 좋은가요. 자기 의지랑은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이끌려운 좋으면 꼭대기로 올려놓아지고 운이 나쁘면 한순간에 진창으로 처박히게 되는 것이. 그 통제 불가능한 것이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행복은 언제나 스몰 사이즈 정도여야 좋았다. 가늠이 가능할 때, 몸에 맞을 때, 자신은 스몰 사이즈 인간이었으므로 딱 맞았다. 그렇게, 더 큰 사이즈의 행복 같은 건 바란 적도 없는데. 그러나불행은 사이즈에 맞게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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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유리문 안 - 나쓰메 소세키 수필집
나쓰메 소세키 / 현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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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내 머리는 때때로 움직인다. 기분도 조금은 바뀐다. 아무리 좁은 세계 속이라도 좁은 대로 사건이 일어난다.

선생님께서 데려다주시다니 영광입니다."라고 다시 말했다. 나는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진지하게 물었다. 여자는 간단하게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럼 죽지 말고 살아가세요."라고 말했다.

공평한 ‘시간’은 소중한 보물을 그녀의 손에서 빼앗는 대신에 그 상처도 점차 치유해주는 것이다. 격렬한 생의 환희를 꿈처럼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동시에, 지금의 환희에 수반된 생생한 고통도 제거하는 수단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을, 매일매일 수치를 당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적도 있기에 이상한 글자를 남에게 보내주는 정도의 소행은, 굳이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못 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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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저 지금 탑승합니다
정보라 지음 / 위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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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삶과 진실을 기록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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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키우기
클로이 달튼 지음, 이진 옮김 / 바람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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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영역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녀석이 허락했기 때문이었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더 많은 집을 짓고, 한 뙈기 땅조차 낭비하지 않고 활용하려는 현대인의 강박은 이처럼 넓은 영역을 필요로 하는 동물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한다.

어린 산토끼를 통해 나는 특정 장소에 애착을 갖는 기쁨을 알았다. 늘 떠날 궁리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야생 동물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는 것은 기쁨만이 아니라 슬픔도 함께 겪는 일임을 알았다.

나처럼 산토끼들 곁에서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마 그 점도 이 문제에 일조하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와 가까운 동물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고 멀리 있는 것들은 외면하거나 헐뜯기 쉽다.
나는 어쩌다 보니 우리가 본능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동물들의 서열에서 낮은 곳에 위치한 생명체를 알게 되었고 또 사랑하게 되었다.
산토끼는 서열상 개보다도 낮고, 사슴이나 꿩보다도 낮으며, 어떤 이들의 눈에는 그저 유해 생물일 뿐인 존재다. 하늘을 나는 매에서부터풀 속의 들쥐까지, 생태계에 대한 나의 인식과 이해를 천천히 넓혀가며 들판을 걷는 동안 나는 여전히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모든 존재들을 생각했고, 어쩌면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느꼈다. 산토끼는 수 세기 동안 변하지 않았건만 우리는 그들 주위의 풍경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산토끼는 아직 남아 있는 야생의 상징이며,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우리의 눈앞에 놓여 있는 무한한 아름다움과 신비의 상징이다. 야생을 보존하고자 한다면, 보잘것없는 산토끼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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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두려워요, 투우사여 ㅣ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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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아옌데를 통해 처음 접한 칠레의 문학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군부독재, 민주혁명등의 배경운 우리나라와 비슷하기도 했지요. 다만 우리의 소설속 민주혁명이 흰색으로 보인다면 칠레문학에서는 붉은색으로 보입니다. 그것도 아주 열정적인 붉은색이지요.
로카는 정말 ‘사랑밖에 난 몰라‘를 흥얼거릴 것 같은 게이지만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사랑을 쫓지만 신념을 버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역자후기를 통해 알게 되는 작가이력을 보니 작가가 바로 로카 자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설을 통해 본 로카의 삶도 근사했지만 번역자님께서 소개해주신 페드로 레메벨의 삶이 정말 소설같고 영화같았습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했으면요, 뭐 어쩔 건데요? 당신들은 혹시, 나 같은 사람은 비밀을 지킬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 이반들이 다 배신자라고 생각하는 거냐고요?

두려운가요, 투우사여?

내 사랑 카를로스, 내게 품을 내어주는 네 그 순수함 말이야, 나도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하지만 내 나이에 그렇게 도망칠 수는 없거든, 꿈을 좇아 떠나는 미친 늙은이처럼. 우리의 만남이 가능했던 건,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간신히 손만 잡고 있었기 때문이야. 여기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은 이 세상 어느 곳에 가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나는 강아지처럼 네게 사랑에 빠졌고, 너는 그냥 내가 사랑하도록 놔둔 거야. 쿠바에 가면,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될까? 내가 그런 희망을 안고 쿠바에 가면 거기서 우린 어떻게 될까……. "너의 침묵은 이미 내게 안녕이라고 말하네." 이런 노래도 있잖아. 지금 너의 침묵은 정말 잔인한 진실이지만, 동시에 솔직한 답이기도 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이제 확실히 알았으니까. 사랑스러운 카를로스, 나한테 한 습격도 실패하고 말았네?

칠레대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뒤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했지만, 동성애자임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나는 나의 다름으로부터 말한다」를 낭독했다. 그는 선언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변하지 않겠다/나를 숱하게 거부했던 마르크시즘 때문이라면/나는 변할 필요가 없다/왜냐하면 내가 당신보다 더 불온하니까"

우리는 칠레의 가난한 동성애자다, 왜 자꾸 예술가라고 부르면서 동성애자임을 가리고 지우려 하느냐, 우리는 동성애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니까!

"언젠가 우리 같은 미친년들도 끼워주는 혁명이 있다면 나한테 알려줘. 그러면 내가 그 혁명의 선봉에 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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