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산토끼들 곁에서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마 그 점도 이 문제에 일조하는 것 같다. 우리는 우리와 가까운 동물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고 멀리 있는 것들은 외면하거나 헐뜯기 쉽다.
나는 어쩌다 보니 우리가 본능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동물들의 서열에서 낮은 곳에 위치한 생명체를 알게 되었고 또 사랑하게 되었다.
산토끼는 서열상 개보다도 낮고, 사슴이나 꿩보다도 낮으며, 어떤 이들의 눈에는 그저 유해 생물일 뿐인 존재다. 하늘을 나는 매에서부터풀 속의 들쥐까지, 생태계에 대한 나의 인식과 이해를 천천히 넓혀가며 들판을 걷는 동안 나는 여전히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모든 존재들을 생각했고, 어쩌면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느꼈다. 산토끼는 수 세기 동안 변하지 않았건만 우리는 그들 주위의 풍경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산토끼는 아직 남아 있는 야생의 상징이며,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우리의 눈앞에 놓여 있는 무한한 아름다움과 신비의 상징이다. 야생을 보존하고자 한다면, 보잘것없는 산토끼에서 시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