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잠이 안와 밤새 잡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럴때는 왜 좋은 생각보다 지난 후회와 자책만 생나는지 모르겠어요. 나이를 먹으니 그런 일은 차곡차곡 쌓여 복리로 불어나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그냥 내 어리석음이 후회스러웠습니다. 이나이 먹도록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주의깊게 살피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이고 어른은 나라의 현재인데 내가 어른으로서 너무 무능하고 어리석어 한심했습니다. 정규교육도 착실히 받고 살았는데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인권도, 정치경제도, 문화예술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이런 건 왜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지요?? 사회에서 구경도 못하는 쓸모 없는 것들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요즘 읽고 있는 책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트릭미러’ 와 이 책 입니다. 그녀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 깜짝 놀라버렸습니다. 너무 수동적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살아온 시간이 모두 사기당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녀들의 환경이 그녀들에게 그런 시각을 만들어 주었을 지 모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나에게도 나만의 방법이 있다고 위로할 방법도 있겠지만 아니, 없습니다. 이리저리 휩쓸리고 휘말리고 떠밀리며 살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사느라 지친 것 같아.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생각한다고 합니다. 조금 더 알기 위해 조금 더 보고 읽어가며 조금 더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양적으로만 풍성한 거품보다 단단하게 굴러다니는 돌맹이가 되고 싶습니다.
4월 1일은 만우절이기도 하고 80년대 청춘의 대명사 장국영의 사망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검색만해도 금방 알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다들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그의 죽음이 거짓말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아닐까요? 20여년동안의 장국영 팬으로 성덕임을 증명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만 가득해 공감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습니다. 장국영의 팬들이 읽는 다면 무척이나 즐거웠을테고 장국영이 읽을 수 있었다면 더욱 영광이었겠지요.
최근 너무 자극적인 글들을 읽어서 그런지, 너무 오래간만에 순수문학을 읽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참 불안했습니다. 글마다 등장하는 위태로운 여자들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들의 눈빛은 형형하게 밝으리란 생각에 위로가 됩니다. 역시 휘청거렸을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은 ‘문래’를 통해 작품속의 그녀들도, 작가님도, 덩달아 저도 이제는 한 발 내딛을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김혼비 작가님이 ‘아무튼 술’ 북토크에서 밑밥을 던지실 때부터 이 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읽기 시작하고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27페이지부터 육성으로 빵 터져 혼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역시나 유쾌한 작가님에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자 더 흥이 넘치는 박태하작가님까지 더해져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