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올드독의 제주일기
정우열 지음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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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유명한 올드독이란 작가를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장강명의 시크함, 김중혁의 유머, 최민석의 허당기가 살짝씩 섞인 듯한 글과 그만의 세상을 보는 애정이 충분히 녹아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쿠폰을 모으는 자세로 성실히 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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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지낸 지 일 년이 되었다는 건, 지금부터 일어날 일의 상당부분은 이미 한 번 경험한 것들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운이 썩 나쁘지 않다면 이제 좋아하는 영화 다시보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기대 반 두려움 반의 마음으로 만났던 새로운 장면들을 이번에는 좀 느긋하게, 그리고 꼼꼼히 음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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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서가 멋지긴 해도 혹시 가짜가 아닐까 의심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수하물로 싣기 위해 케이지째 개의 무게를 달고,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그걸 들고 뒤뚱거리며 멀어지는 항공사 직원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왠만한 고난은 반드시 담담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 같다. 그건 내게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 때문이다. 그저 이번엔 내 차례가 된 것 뿐이다. 게다가 내 손에 있을땐 아픔이 어떤 것이 다른 사람에게 남겨진 순간 킬로그램당 이천원짜리 수하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걸로 호들갑을 달면 자신의 고통을 특수 하는 짓 전문용어로 ‘징징거림’이 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짐짓 담담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맥락이
이렇다 보니 저절로 담담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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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고 제 주변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이거 혹시 인류 멸망의 징조 아닌가요?"

나의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아, 걱정 말아요. 그건 인류의 멸종이 아니라 그 개체의 멸종일 뿐 이에요. 인류는 그렇지 않은 나머지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어 갈 겁니다."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의 의문이 얼마나 과대망상적인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아하, 그럼 저와 친구들은 도태되어가고 있는 거군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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