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 그게 사랑 아닐까요
권정생 동시를 사랑하는 도종환과 서른다섯 사람 엮음 / 현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몽실언니의 작가로서 권정생선생님을 알고 있었지만 그분이 어떠한 싱황에서 동화를 썼고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순수한 사람인지는 이오덕 선생님과 나눈 서간집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권정생 선생님의 8주기에 맞춰 나온 이 책을 통하여 그분의 마음이 듬뿍 담긴 동시들을 알게되고 읽을 수 있어서 영광스럽기까지 하네요. 마음고 돈처럼 나눠주고 물려줄 수 있는 것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착해빠진 권정생선생님은 그 마음을 후하게 나누어 주었을 것 같습니다.

제일 맘에 드는 시는 구만이와 소3이었습니다. 그 시의 구만이는 평생 허약하고 계집애와 연애해보지 못한 권정생 선생님이 바래보던 남자아이가 아니었을까요? 소3에 나오는 소 역시선생님 자신이었을 것 같아 뭉클합니다.

구만이

누가 뭐라 해도
누가 뭐라 흉을 봐도
내사 구만이 그
머심애가 좋더라
말씨가 뚝배기 같고
행실이 말구루마 같다지만
굼나인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효자란다
해진 청바지 둥둥 걷어부치고
맥고 모자 삐딱하게 쓰고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씻지도 않고
얼굴이 볕에 그을러 시커멓고
팔똑이 굵고
그러나 구만이는
책을 읽는단다
한용운의 시를 읽고
신채호의 역사책을 읽고
구만이는 경운기도 잘 끌고
강물에 헤엄도 잘 친단다
가끔씩 들국화 피느 언덕에
쭈그리고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구만이
남들은 구만이가 가난하다고
천수답 논 한뙈기 없는
가난뱅이라고 하지만,

길례는
자꾸만 자꾸만
구만이가 좋단다.


소 3

소냐, 몇 살이니?
그런 것 모른다.
고향은 어디니?
그것도 모른다.
그럼, 아버지 성은?
그런 것 그런 것도 모른다.
니를 낳을 때 어머니는 무슨 꿈 꿨니?
모른다 모른다
형제는 몇이었니?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

소는 사람처럼 번거롭기가 싫다.
소는 사람처럼 따지는 게 싫다.
소는 사람처럼 등지는 게 싫다.

소는 들판이 사랑스럽고,
소는 하늘이 아름다웁고,
소는 모든 게 평화로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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