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나의 엄마는 도시의 청소부입니다 - 도시의 가장 낮고 뜨거운 일터에서 발견한 인생의 존엄
장샤오만 지음, 허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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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자매들이 간섭하지 못하게 하고 늘 혼자서 모든 일을 주도했다. 나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지저분하고 고된일을 일찌감치 미뤄놓았기 때문에 엄마가 어쩔 수 없이 그 일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사실을.

선전은 ‘효율이 높고‘, ‘돈이 많기로 유명한 도시다. 내가 스물네 살에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원의 공중화장실이 아주 깨끗하고 세련되게 꾸며져 있으며, 단 한 번도 휴지가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박물관과 도서관은 언제나 번쩍번쩍 광나도록 닦여 있었고, 오피스 빌딩에도 먼지 한 톨 찾아볼 수없었다.
엄마가 미화원이 되기 전까지, 나는 공공장소의 말끔함과 근무 공간의 질서 정연함을 그저 당연하게 누렸다. 내가 시시각각 누리는 이‘청결함‘과 ‘편리함‘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은 채 말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다른 미화원들이 겪은 일도 우리 엄마가겪은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쉰몇 살이 된 자신이 꼭 젊은 시절 농촌에 있던 고물 디젤 엔진 같다고. 그 엔진은 꼭 방앗간에서 곡식을 빻을 때만 되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 푸드덕푸드덕 검은 연기를 내뿜곤 했다. 그러면 라이터로 옥수수 속대에 불을 붙인 다음 그것으로 디젤 엔진에 불을 붙였다. 그러면 푸드덕푸드덕 소리를 내며 마침내 돌아가기 시작했다. 엄마가한숨 섞인 말투로 말했다. 이제 자기도 그런 불씨가 필요한 때가 된것 같다고. 한번 또 한번, 자꾸 불을 붙여줘야만 겨우 굴러갈 수 있게되었다고 말이다.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되고 업무가 세분화된 오늘날, 우리는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 뒤에 숨겨진, 평범한 청소 노동자들의 작업 현장을실제로 보기 어렵다. 그저 마흔아홉 살의 한 아주머니가 이틀 동안수만 개의 크리스털 구슬을 닦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요구는 결국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다른 여러 직종에서도 비슷한현상을 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엄마의 청소 일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미화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인다. 그럴 수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생활을 하고 세상 물정을 알아가는 동안그들과 내가 결국 같은 곳에서 왔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무직 노동자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계층에 속해 있다.

엄마의 두려움은 독일의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Hartmut Rosa가 『소외와 가속』에서 말한 ‘미끄러운 비탈‘ 위의 감각을 현실로보여주는 것 같았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마치 미끄러운 비탈위에 서 있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낀다. 사람은 끊임없이 그리고 여러 방향으로 변해가는 조건 속에서 살아가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결코 제자리에 머물 수 없다. 변화하는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면 미래로 건너갈 발판과 선택지를 잃게 된다.

내가 노력이라고 믿어온 많은 일, 가까스로 닿았다고 여겨온 세계가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와 미화원들은 같은 곳에서왔다. 우리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밑천이 없어 쉽게 자신을 내던질수 없는 사람들이다. 자기 출신을 정직하게 마주해야만 내 삶의 기반도 비로소 단단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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