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해지는 것, 쉬워지는 것,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것. 사람은 그것에 저항할 수 없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은 도저히 들지않는다. 정말 그렇다면 왜 이렇게 괴로운지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아니? 어떻게 해야 이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좋으니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언제나 착취하는 쪽에는 여유가 있다. 내일 당장 지불해야 할 돈 때문에 고민할 일도 없고, 당장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 하나 없으니까 정신 건강이니살아낼 힘이니 정체성이니 하는, 그럴싸해 보여도 결국정답을 확인할 수도 없는 애매한 말들을 지금 사회에 꼭필요한 것이라며 떠들어댄다.
뭔가를 배워 시야가 넓어진 뒤에는 언제나 시야가 넓어졌다는 만족감을 맛보면서도, 그렇게 넓어져버린 시야를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야를 넓혀서 찾아낸 정답은 너무나도 정답이라서 완벽히 실천하기가 어렵기에, 아는 것이 중요해, 우선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 하고주문을 외우며 오답에 익숙해지는 준비운동을 시작해야만 하는 것이다.
시야를 좁고 작게 해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나 는 손안의 가챠 모형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마음을 출발점 삼아 한 대상을 세밀하게 파고 들어갈 때 비로소 넓어지는 앎이, 분명 존재한다.
서사의 몰입 한다는 건 시야가 좁아 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체성이니 고립대책이니 그런 단어들을 늘어 놓으면서 ‘덕질은 좋은 것이다’ 라는 서사를 세상에 침투 시키고 싶었던 거 아닌가요?
근데 있잖아. 그렇다 쳐도 나는 나인 채로 괜찮다고 쳐도.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지 ? 나한테 맞는 일은 뭐지 ? 이 성격 그대로 어떻게 해야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지 ? 영화에서도 노래 가사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라든가 온통 그런 말 뿐이지만 이제 그 ‘나’라는 거의 완전히 실려버렸어 . 지긋지긋해,이따위 나로 살아가는 거. 누가 좀 가르쳐 줘. 적당한 말로 그 순간만 대충 얼버무리는 위로는 필요 없어.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알려 달라고.
이런 나를 벗어던지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들이고 싶은 것도, 인정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이 모 습 그대로 살아가는 게 끔찍하게 싫어서, 다른 사람이 되 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타고난 외모나 이미 성공 한 위치를 가진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다시 태어나도 자 신의 싫은 점까지 포함해서 나로 태어나고 싶다느니 하는 말을 찬양한다.
본질적이지 않은 것일수록 열량 높은 전파가 필요하다. 상대의 시야를 좁혀야 하니까. 상대의 뇌를 녹이고, 판단 능력을 흐려야 하니까.
지금 미디어는 우리의 눈을 세상의 진실로부터 돌려놓 기 위해 쓰이고 있어. 그러니까 ‘덕질‘뿐만 아니라, 애초에 유행하는 것들은 먼저 의심해봐야 돼. 이 타이밍에 그걸 유행시키는 것이 어떤 입장의 사람들에게 유리한지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지.
" ‘덕질‘ 덕분에 인생을 열심히 살 수 있다는 얘기도 자주 들리지만, 고통만 주면 국민이 들고일어날 수도 있으니 불만 해소용 배출구를 같이 던져주는 것뿐이야. 심지어 그 배출구는 국민들한테서 돈과 시간, 노동력을 빨아들이는 장치로도 기능하고 있지. 당근과 채찍이 둘 다 흑막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걸 빨리 깨닫지 못하면 정말로모든 게 늦어버릴 거야." 트렌드 진입 같은 것도 결국 누군가 만든 앱 안의 기능에 불과하고, 미리 지정된 해시태그를 넣은 글을 대량으로준비해서 동시에 올리는 등 공략법은 산더미처럼 많다. 시야를 넓혀 생각해보면 이 세계 전체가 그렇다. 누군가가 만든 사후적인 가치관 속에서 우리들은 계속정해진 코스를 돌며 스탬프를 찍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그런 인증 스탬프를 찍어서 주어지는 보상은, 만들어진 가치관을 더욱 깊이 믿게 만드는 약물로 작용 한다
"여러 의미에서, 살아갈 때 저희 남자들과는 다른 차원 에서의 정보 공유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보 공 유라는 건 결국 서로 돕는 거잖아요. 그런 연대가 예전부 터 일상적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지금도 친구가 많은 걸 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뭐랄까, 생명체로서 약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커뮤니 케이션 같거든요. 서로 다 힘든 일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는 게 기본값인 거죠. 매일 바쁘고 정말 많은 사 람이 지켜보는 일이다 보니, 나 자신과 예전보다 훨씬 더 마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서 그런지 상대방도 힘든 점이 많겠구나, 하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돼요. 그 래서 자연스럽게 서로 도울 수 있고, 눈에 띄는 것부터 정 보를 교환하게 되는 거죠."
"메가처치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결국 하는 짓은 다 똑같아." 누구를, 무엇을 좋아해도 상관없는 시대에, 같은 형태 의 사랑을 품은 사람들을 만난 기적. 그 동료들과 손을 맞 잡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충만함. 모든 것이 감 사하고 너무나 소중하다. "결국 어떻게든 신자들한테서 돈을 뜯어낸다는 거지." 다만, 현시점에서 쓸 수 있는 돈은 바닥났다. "그런 의미에선 일본의 신흥종교랑 다를 게 없어. 이걸 마시면 영혼이 정화됩니다, 하면서 그냥 맹물을 만 엔에 파는 짓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는 셈이지. 최근에 읽은 기 사에 정의가 나와 있었는데, ‘본질적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고 무의미하며 가치가 낮은 것에, 집단이 만들어낸 스 토리로 권위를 부여하고 신자의 시야를 좁혀 그걸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들어 본래 가치 이상의 대가 를 치르게 한다."결국 다 이거야."
"‘여자도 남자만큼 꾸미지 말자‘가 아니라, ‘남자도 여 자만큼 꾸미자‘로 흘러가는 건 시대의 진보가 아니라 인 간의 퇴화야."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흔들리는 지금, 확고한 신앙 대상이 있 고 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남김없이 써버리는 모습 자체 에 희소가치가 생기는 거죠. 설령 그 대상이 사회 통념상 무가치하거나, 심지어 인류 존속에 해가 되는 것이라 할 지라도요. 객관성을 동반하지 않는 저돌적인 직진성, 그 것만이 지금 이 시대에 작동할 수 있는 유일한 잣대입니 다. 이런 일을 열심히 하다니 대단하다‘가 아니라,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진심으로 살고 있어서 눈부시 다‘. 그런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겁니다."
"특정 개인에게 애착을 가지면, 마치 신도 기질의 하나 미치들처럼 시야가 좁아져서 서사에 삼켜지기 쉽다고요."
"위험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저번에도 신도 기질의 하나미치가 부럽다느니 하셨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서사 에 선동되어 돌격하는, 현대판 병사 같은 존재예요. 게다 가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는 건 우리고요."
"시야를 좁히는 건,역시 즐거웠 나요.?" 비밀 이야기를 하는 아이처럼 작은 목소리였다. "그게 어떤 서사든, 거기에 삼켜져 폭주하는 건 역시 즐 거운 일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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