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내게 커다란 사건이었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이었
다. 그런데도 우정으로 맺어진 집단이 나를 위로하 고 격려했다.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호의에 놀랐다.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인간은 모두 다정하다고, 온전히 신뢰를 품을 수 있었던 열아홉 살의 겨울이 었다.
그것은 아마도 평생 변하지 않을, 인생을 대하는 나 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친구란 쓸모없는 한때를 함께 낭비하는 사이다.
딱히 할 이야기도 없는데 그저 돌계단에 앉아 바람 을 맞으며 몇 시간이나 멍때린 적 있는 친구.
실연한 친구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일 말고는 아무것 도 할 수 없던 날, 이불 속에서 훌쩍이는 친구 옆에 서 나는 가쓰오부시를 깎았다.
매번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친구에게 익숙해져서 책 이라도 읽을 심산으로 카페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파리 한 마리가 집요하게 주변을 붕붕 날아다니는게 아닌가. 짜중이 나서 파리를 노려보다가 다시 책 을 읽으려 하면, 그때마다 이미 읽은 부분만 반복해 서 읽게 되곤 했다.
친구라는 존재는 돈이 되지도 않고 사회적 지위 향 상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그런 것에 친 구를 이용하려고 들면 그것은 우정이 아닌 다른 것 이 된다. 결과적으로 친구에게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받게 되더라도, 득실을 따지 는 건 우정의 목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