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통역사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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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랑그바드의 ’그여자는 화가 난다’ , ‘나의 통역사’와 얼마전에 읽은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의 ‘너의 한국 엄마에게‘를 읽는 중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전쟁에 나갔던 아버지의 귀향에 놀라는 가족들의 모습이 그려진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입니다.
그의 존재를 잊지 않고 가끔 그리워 하기는 했겠지만 막상 나타나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고 떨어져 있던 시간을 메꾸기 위한 어색한 분위기가 그림과 책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언어까지 통하지 않아 통역사를 거치지 않고는 대화할수 없는 가족이라면 더욱 암담합니다. 물론 가족이라는 연대 안에서 ‘암담(暗澹)‘이라는 단어의 분위기는 과할 지도 모르겠지만 잠시라도 그들에게 그런 감정이 지나가지 않았을까요?
처음에는 ‘그냥 통역사의 말만 쓰던지 아니면 통역사의 말을 생략하고 가족간의 대화로 쓰여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읽어나가며 작가가 알아듣지 못하는 시간의 대화가 공백으로 표현되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작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책을 읽는 동시에 한편의 행위예술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그저 ‘입양인 안타깝네, 가족만나 다행이네, 앞으로 원가족이랑 잘 지내면 좋겠네,‘라는 편평한 감상이 아닌 부피를 가진 감상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 통역사가 말한다 
"너무 어색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말한다 
"잘될 거야. 나는 내 삶의 바로 그 부분을 그분들앞에서 숨기는 데 익숙하거든."

나는 말한다 
"나는 가족이라는 구조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생각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한데, 여전히 대부분이가족을 꾸리고 부모가 되길 원하잖아."

내 통역사가 말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는 왜 한국가족과 연락하는 걸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거야?"

나는 말한다 
"가끔은 나도 그들을 내 삶에서 잘라내고 싶어.
너무 버거운 관계야."

나는 말한다 
"나는 우리 가족의 역사에서 지워진 사람이야. 그래서 내 이야기를 직접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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