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여지
마보융 지음, 임주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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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여지요? 서령께서도 여지의 특 성을 잘 아시잖습니까. 하루 지나면 색이 변하고, 이틀이면 향이 변하고, 사흘이면 맛이 변하는 것을요. 영남에서 장안 까지 못해도 오천 리 길입니다. 무슨 짓을 해도 시간 안에 댈 수가 없습니다!"

모기처럼 손바닥으로 탁 쳐서 죽일 수는 있지만, 결국 흘리 는 것은 내 피다.

이 순간 이선덕의 등뒤에 한결같이 알랑거리던 아첨꾼들 의 혼백들이 나타나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선덕은 문득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규칙을 엄격히 지킬 때는 번번이 벽에 부딪혔는데, 지금은 그 어떤 관서에도 속하지 않는 은패 하나로 어디든 막힘없이 무사통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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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어르신, 이 생여지 두 단지를 장안성에 보내기 위해 영남에서 다 자란 나무를 얼마나 많이 베었는지 아십니까?
삼십 묘짜리 과수원에 바친 이 년 동안의 수고가 완전히 짓밟혔습니다. 도성의 귀인들에게 생여지 한입 먹이기 위해 한 그루 키우는 데 이십 년이 걸리는 여지나무가 도끼에 맞 아 베여나갔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기수가 위험을 무릅쓰 고 달렸으며, 얼마나 많은 목감의 말들이 중도에 쓰러져 죽 었고, 얼마나 많은 노가 강 위에서 부러졌는지, 또 얼마나 많 은 사람이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지 아십니까?"

"저를 위해 분신쇄골을 감수하겠다던 젊은 남자들이 모두 입을 꾹 다물고 있더군요. 이번엔 정말로 몸이 깨지고 뼈가 부서질 수 있었으니까요. 나를 업고 산을 내려간 사람 은 저 사람뿐이었어요. 저 사람한테 무섭지 않으냐고 물었 는데 무섭다고, 하지만 내가 혼자 산에 남아 죽는 것은 더 무섭다고 하더군요." 이씨 부인은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저 사람은요, 서툴고 겁도 많고 소심하지만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기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킬 사람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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