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묻는 사회 - 한국형 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정회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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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주의는 문화적 연령주의와 제도적 연령주의로 구분되는데, 문화적 연령주의는 특정 연령과 관련한 고정관념, 편견, 가치 등에 의한 차별을 뜻하며, 제도적 연령주의는 특정 연령에게 불리한 법 제도, 시스템, 규정 등을 가리킨다. 한국사회는 문화적 연령주의와 제도적 연령주의가 사회 곳곳에서 쉽게 발견되는 사회다.

한 연구에 의하면, 노인들은 본인이 속해 있는 노인 집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때로는 동일시하고 때로는 자신과 분리하기도 했는데, 노인으로서 활동적 삶을 영위할수록다른 노인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자신과 구분 짓는 경향이컸다. 이러한 현상을 공포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기반해 설명하는데, 바람직한 집단과의 동일성을 통해자기 세계관을 승인받고 자존감을 얻을 수 있으며 그렇지않은 집단은 그룹 내 구성원들의 세계관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배제한다. 즉,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승인받기위해 노인들은 같은 노인들을 더 신랄하게 비판하곤 한다.

관리 안 된 나이 듦은 관리받고 치료받아야 할 것이 된다.
‘안티에이징 anti-aging 신드롬은 나이 드는 것을 부정적가치로 전제하며 저항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 사회는 생산성, 죽음, 자기 관리라는 잣대를 통해 나이를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편견과 차별이 만들어진다.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죽음과도 가깝고,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자기 관리도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어린이 역시 생산성이 떨어져서 경제적 기여를하지 못하고, 죽음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기 관리는 되지 않는 미성숙한 존재라고 본다. 중년의 경우 노인보다는덜하나 세 가지 관점에 있어 모두 쇠퇴하는 나이대이다. 청년의 경우 젊은 외모와 생생한 활기를 갖고 있어서 생산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오력이 부족한 세대‘로 그려진다. 그래서 ‘욜로 세대‘라 뭉뚱그려 불리거나, 주 4일제 56시간 이하 근무 등을 요구하는 ‘나태함‘을 지닌 나이 집단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모든 나이대마다 편견과 차별의 틀이존재하는 연령주의 사회가 되었다. 나이에 집착하는 사회는피로하고 행복하지 않다.

미국 사회학자 로자베스 모스 칸터 Rosabeth Moss Kanter는 조직속에서 어떤 잡단이 극도로 소수에 머물기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먼저 눈에 띄는 존재가 된다는 점이다. 소수자는 언제나 시선의 중심에 놓이고 그 존재 자체가 가시적인 표시로 읽힌다. 이어서 대조의단계가 뒤따른다. 다수와 소수 사이의 차이는 더욱 부각되고, 다수는 공통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소수자를 가장자리에 몰아세우며 경계를 그린다.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것은동화의 과정이다. 소수 집단은 다수의 고정관념에 맞춰 자신을 조정하고 결국 다수가 부여한 이미지를 따라가며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소수자는 점점 더 다수의 시선과 질서 속으로 끌려들어 가며 스스로의 고유한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자기 연령주의 self-ageism‘ 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나이차별을 겪은 이들이 그 부정적 시선을 고스란히 자기 안에새겨 넣고, 그로 인해 현실에서 움츠러들며 침체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사회의 연령차별은 많은 사람을 자기 연령주의에 빠지게 하는데, 위축되고 불안한 삶은 건강하지 못한 몸과 마음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신도 한때 아이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반드시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는다.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은우리보다 먼저, 혹은 늦게 태어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세대 간 근본적 약속을 깨는 것이자 지극히 연령차별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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